▲ 일본 와시로 만든 여러 가지 꾸미개와 명함 종이입니다. 종이로 만든 꾸미개는 부드럽고 은은한 맛을 줍니다. 종이 색깔은 돌이나 편백, 삼나무 따위 껍질에서 얻은 염료를 사용해서 물을 들입니다.
박현국
요시노에서 만든 옛날 종이는 일본 정종 술병 상표에 사용하거나 명함, 엽서, 표구나 족자 따위를 만드는 데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재료가 많이 드는 옛날 종이가 언제까지 남아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옛날 종이를 만드는 일이 복잡하고, 재료가 많이 들기 때문에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지만 옛날 종이를 만드는 과정이나 재료를 지금도 사용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지폐를 만드는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지폐는 질겨야 하고, 구김이 없어야 하고 가능하면 빳빳한 상태로 남아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는 종이는 펄프로 공장에서 만드는 종이가 아니고 비능률적으로 보이는 옛날 종이를 만드는 방식과 재료입니다. 특히 삼지닥나무 껍질에서 얻은 속껍질은 질기고 빳빳하기 때문에 지폐를 만드는 데 제격입니다.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전통기술이 현대 지폐 종이로 새로이 태어난 것입니다.
종이는 닥나무(학명, Broussonetia kazinoki Siebold)로 만듭니다. 그런데 닥나무에는 꾸지나무(학명, Broussonetia papyrifera)와 애기닥나무(학명, Broussonetia kazinoki var. humilis Uyeki) 따위가 있습니다. 이 세 나무는 각각 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지만 옛날 종이를 만드는 것은 같습니다. 다만 조금씩 성질이나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에 그동안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전북대학교 김무열 교수님의 현장 방문 조사와 연구에 의하면 일본에 있는 닥나무 자체가 한반도에서 일본에 건너가 자리 잡은 것이라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에는 꾸지나무, 애기닥나무, 닥나무 세 가지가 모두 자라고 있습니다.
꾸지나무는 큰키나무로 한반도 남부지방, 특히 전라북도 해안지방에서 많이 자랍니다. 그렇지만 종이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속껍질의 질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애기닥나무는 비록 종이를 만드는 속껍질 품질이 좋지만 나무줄기가 가늘어서 생산량이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