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격리실 들어가는 중년 여성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설치 된 임시격리실에 한 중년여성이 입실 하고 있다.
이희훈
"세월호 참사 첫 날을 보는 것 같다고들 말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3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아래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메르스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우왕좌왕"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 정부가 보인 안일한 대처가 이번 메르스 확산 국면에서 또 다시 재연됐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국가방역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지목되면서 '세월호 참사와 똑같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판의 핵심에는 '과연 이 정부에 재난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가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11일, 첫 환자에게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뒤 5월 20일 확진 때까지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가 의심된다는 의사의 보고를 지속해서 무시했을 뿐더러 "메르스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당신이 책임져라"는 망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메르스 환자 확진 이후에도 거듭된 실기로 질병관리본부가 강한 불신을 받게 되자 보건복지부 차관이 총괄하는 민관합동대책반이 꾸려졌다. 이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책임자로 나섰지만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첫 확진 환자 나오고 13일 지나 장관회의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무총리 직무대행 자격으로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개최한 것은 첫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13일이 지난 2일 오전이었다. 그마저도 최 부총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OECD 각료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해 버려 컨트롤타워의 한 축은 공백 상태가 되었다.
같은 날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에 '메르스 확산 방지 긴급 대책반'을 설치하고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긴급대책반은 보건복지부, 국민안전처 등 관련 부처의 상황 대책반 채널을 가동해 대책을 논의하며 24시간 비상체제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뒷북'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혼란상은 박근혜 정부가 처해있는 총체적 난국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무총리의 연이은 낙마로 경제부총리가 총리 업무까지 겸하면서 재난 관련 대응에 나서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 경제부총리가 "국가적인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지만 참석한 장관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을지는 사뭇 의문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직후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법률적으로 청와대는 재난대응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면서 박 대통령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후 정부는 국무총리 산하에 국민안전처를 신설해 총리로 하여금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국가 재난상황에서의 지휘통제 체제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국가 재난 상황의 총괄 컨트롤타워라던 국민안전처는 2일에서야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그 사이 사망자와 3차 감염자까지 나왔고, 격리대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03년 사스가 국내에 유입되었을 때 당시 정부의 기민한 대처와 비교해보면, 메르스에 대응하는 정부의 '허둥지둥' 행보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2003년 4월 중국에서 사스가 유행하자 정부는 즉각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었다. 국내에 감염 추정환자가 발생한 4월 28일에는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방역 체계를 점검하고 긴급예산 투입 및 의료 인력 배치를 논의했다. 같은 날 고건 당시 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정부의 검역격리치료 대책과 향후 대책 강화 방향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다. 국무조정실 산하엔 군을 포함한 범정부 단계의 '사스 정부종합상황실'이 설치됐다.
총리가 직접 인천공항 검역현장까지 점검하는 면밀한 대응 덕분에 중국과 홍콩에서만 65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스 대란 속에서도 한국은 사스 사망자가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12년 전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국민안전처,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