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일가게-다 괜찮아’ 가게 내부 전경. 매주 화요일은 핸드메이드 공방이 열린다.
김영숙
고양이 다섯 마리와 살고 있는 청산별곡은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다. 배다리에 들어와 길고양이를 길렀는데, 그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았고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다. 고양이에게 애정이 더 생겨 고양이 관련 서적을 많이 모으고 있다.
"나눔과 비움의 앞 글자를 따서 책방 이름을 '나비'로 했어요. 고양이를 키우면서 '나비'의 의미가 겹쳐졌는데, 내 어릴 적 별명도 나비였어요."30대 후반부터 환경에 관심을 가진 그녀는 예전의 우리 부모들처럼만 살면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절약하고 함부로 버리지 않고 나눠썼던 경험들을 되살려, 그녀는 지금도 '되살림'을 강조한다. 한 칸짜리 책 쉼터에서 지금은 여러 가게와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우스갯소리 반, 걱정 반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자적이다.
"배다리에서 돈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걸 시험해보고 싶었어요. 2009년 처음 이사 와서 가게 문을 여는 데 50여일 걸렸어요. 다른 사람들은 일주일 안에 인테리어 작업을 끝낼 텐데 저는 직접 벽지를 바르고 장식하고, 지인들 손을 빌려 전등을 달고 천장을 붙였죠."너무 느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동네가 원래 그래서 혼자 빨리 할 수 없다며 동네의 흐름에 맞춰 산다고 했다.
요일가게-다 괜찮아요일가게는 말 그대로 요일마다 열리는 가게와 주인장이 다르다. 영화모임, 핸드메이드공방, 기타모임, 여행모임, 뜨개질가게, 네일아트, 타로가게 등, 다양하다. 청산별곡은 요일가게 매니저이자 월요일 영화모임 사장이기도 하다.
주인장들은 일주일에 하루씩 가게를 열고 청산별곡에게 월세를 낸다. 모임이나 수업을 하기도 하며, 직접 만든 물건을 팔기도 한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핸드메이드공방 주인 둘이 가게에 있었는데, 손님이 없어 한산했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경제적인 것보다 소통과 나눔을 중요시 여기는 공간이에요. 약간의 수익이 생기면 그게 재미인 거죠."아무런 욕심이 없어 보이는 청산별곡에게 요즘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꾸려 놓은 여러 공간에서 수익이 잘 나진 않았지만, 이제는 좀 탄탄하게 다지는 것들을 할 생각이에요. 제가 먹고 살아야지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것들을 지킬 수 있잖아요.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게 기둥을 세우는 일을 하려합니다."그러나 여전히 손님이 없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청산별곡은 손님이 없으면 여유로워서 좋고, 손님이 오면 반가워서 좋고, 작은 물건이라도 팔아 1000원이라도 생기면 행복하단다. 숨 막힐 듯 빠르고 각박한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쉬고 싶다면 청산별곡에게 가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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