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가사도 전경. 멀리 흰기둥처럼 보이는 것이 풍력발전기다.
김갑봉
정부와 전남, 한전이 손잡고 에너지 자립 섬 구축국내 두 번째 신재생 에너지 자립 섬은 전남 진도군 가사도다. 가사도는 진도군 조도면에 속하는 섬으로, 가사도 본도와 유인도 6개로 구성돼 있다. 가사도 본도 면적은 556만제곱미터이며, 주된 소득은 어업이다. 2015년 5월 기준 167가구 290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가사도 역시 신재생에너지(풍력과 태양광 발전)를 도입하기 전에는 내연 발전(디젤 발전)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현재 가사도 본도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있고, 유인도인 혈도는 태양광 발전, 그리고 나머지 섬들은 각 가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라남도, 한국전력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36개월에 걸쳐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가사도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인접한 신안군 안좌도 등, 섬 10개로 배전하는 공사를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는 약 288억 원으로 정부가 138억 원, 전남이 30억 원, 한전이 120억 원을 투자했다. 에너지 자립 섬 구축으로 가사도 연간 전기 사용료 3억 2000만 원을 약 50% 수준으로 감축했다.
가사도는 독립형 에너지 자립 섬이다. 정부와 전남, 한전은 가사도에 태양광 발전 4기(총291kW=99kW 1기, 81kW 1기, 63kW 1기, 48kW 1기)와 풍력발전 400kW(100kW×4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3MWh급 ESS(마이크로그리드 전력 저장 장치)를 설치했다.
조도면 가사도 출장소 관계자는 "가사도 본도 주민은 본도의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가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제주 가파도처럼 집에 별도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지 않았고, 각 가정과 공공시설(학교, 보건진료소, 면출장소, 파출소 등)에 전기를 배전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신 인접한 유인도 중 인구가 1~2명인 섬은 집에 설치된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7~8명이 사는 혈도의 경우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 하나를 설치해 각 가정에 배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파도에서 시작한 기술, 가사도에서 더욱 진화정부와 한전은 2011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에 국내 첫 신재생 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했다. 가파도가 국내 '1세대 에너지 자립 섬'인 셈이다.
가파도는 국내 첫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사례이긴 했지만, 전력 발전량과 부하량 예측, 전력 수급 상태 분석 등은 수동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가파도에서 시작한 이 기술은 가사도에서 더욱 진화했다.
정부와 한전은 2014년 10월 가사도에 국내 최초로 에너지관리시스템(EMS)에 기반한 신재생에너지 자립 섬을 준공했다.
정부와 한전이 가사도에 도입한 기술은 에너지 자급자족을 넘어 전력 수급을 자동으로 제어해주는 EMS까지로 진화했다. 가파도에서는 전기를 얼마나 생산하고, 사용하고, 저장하는지를 확인하는 정도였다면, 가사도에서는 이를 제어하는 수준까지로 진화한 것이다.
정부와 한전이 가사도에서 성공을 거둔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은 이후 국내 섬 120여 개에 적용할 수 있는 '녹색에너지 자립 섬' 정책으로 확산됐다. 동시에 민간 영역에서 수익 모델 창출로 이어졌다.
섬과 산간 지역의 경우 대부분 내연 발전(디젤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신재생 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적용해 민간 시장에서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면, 최소한 내연 발전 단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면 된다. 그리고 그 기술을 수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전이 섬에서 1kW를 생산하는 데 비용 1000원이 발생하고, 이를 주민에게 공급할 때 500원에 판매한다면, 한전에는 500원 적자다. 실제로 2013년 기준 서해 5도 디젤 발전기의 발전량은 약 8만MW이고, 이중 약 7만 700MW를 판매한다. 전력사용량 1kWh 당 평균 판매원가는 약 578원인데, 한전은 이를 126원에 판매했다. 이에 따른 결손액은 약 328억 원이다.
서해 5도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허선규 해양위원장은 "1kWh 당 판매 원가가 1000원이라면, 민간 업체가 신재생 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적용해 판매 원가대로 1000원에 사달라고 한전을 설득하면, 한전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또, "이미 태양광 발전은 디젤 발전보다 생산 단가가 더 떨어졌고, 향후 더 떨어진다. 사업성이 있다. 삼성과 LG, 한화, 두산 등이 차세대 부가 가치 사업으로 이 신재생 에너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가사도 모델은 울릉도로 확장됐고, 최근에는 제주도 전체를 에너지 자립 섬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