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부터 6월 7일까지 경남 하동군 북천면에서 열리는 꽃양귀비 축제장.
김종신
"덕분에 천천히 꽃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지~"가을에 한들한들 코스모스축제가 멋있는 이곳이 늦봄에는 꽃양귀비로 사람들을 불러 모을 심산이다. 올해 첫 꽃양귀비축제란다. 가기 싫다는 아이들 집에 두고와서 홀가분했다. 조카를 돌보는 어머니도 평안해 보였다. 어머니와 내가 이렇게 단둘이만 함께한 게 몇 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처음인 셈이다. 결혼 전에는 시집간 누나를 제외하고 형제와 꽃양귀비 같은 붉은 주황빛의 티셔츠도 맞춰 입고 동해안을 시작해서 전국을 돌아다녔다. 어머니는 그때를 아직도 좋다고 하신다.
하얀 사스타테이지가 꽃양귀비 사이에 빛나고 그 아래로 분홍낮달맞이 꽃이 빛난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꽃 속에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그러나 우리 모자(母子)는 기념사진이 없다. 나도 어머니를 꽃 사이에 세워 사진을 찍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사진 찍어줄까 하는 말씀에도 그저 웃었다.
올해 일흔일곱의 어머니는 자신의 사진이 남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 부질없다" 하시는 말씀 속에는 인생의 막바지를 앞두고 나름 정리하시는 모양이다. '아직 100세까지는 20여 년이 더 남았는데...'란 말이 입가에 맴돌지만, 장수가 축복이 아닌 시대라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