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사장님이 문예창작과 출신이라니...

[책수레 봄수레②] 여름 땡볕을 뚫고 책수레를 움직였다

등록 2015.05.29 15:31수정 2015.06.2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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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8일 목요일 책수레 봄수레 두 번째 출동하는 날이다. 정말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는 한여름 땡볕 오후 2시다. 지난밤 시장상인회 회장님이랑 새벽까지 달렸더니, 몸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2시간만 버텨보자는 맘으로 책수레를 끌고 출동하였다.


 책수레 봄수레 한여름 땡볕에 출동하다!
책수레 봄수레 한여름 땡볕에 출동하다!김동규

동네 아파트 입구에서 책수레를 세우고, 새로 장만한 최규석의 <송곳> 삼매경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가, 그래도 한권은 대출하고 들어가야지 양심의 목소리가 나를 자극했다. 때마침 책수레 앞을 지나가던 마을버스 기사아저씨한테 말을 걸면서 책 한 권 빌려보라고 호객행위를 시도했다. 한 바퀴 돌고 다시 오겠다는 기사아저씨는 무정하게 다시 오지 않았고, 우리는 영등포역으로 터벅터벅 자리를 옮겼다.

 책수레 봄수레 동네 아파트 입구 정차중!
책수레 봄수레 동네 아파트 입구 정차중!김동규

영등포역 2번출구 앞으로 장소를 옮겨 책수레를 정차하고, 옆에 있는 구두방 아저씨와의 접선을 시도했다. 수요일 노동상담 때 잠깐 얼굴을 튼 사이였다. 아저씨가 책을 잘 안보신다고 손사래를 치시길래, 만화책도 있다고 꼬시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강제로(?) 손을 쥐어드렸다. 잠시뒤에 보니까, 아저씨는 만화삼매경에 빠져들었고, 오늘의 첫 실적을 올리고 나는 미소지었다. 구두방 아저씨께 책대출하는 나의 로망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흐뭇.

 구두방 아저씨에게 책대출 성공하다!
구두방 아저씨에게 책대출 성공하다!김동규

지난번 대출해 가신 포장마차 아주머니는 봉투에 넣어서 책을 반납해주셨고, 길가던 직장인 여성한분이 한참 책구경을 하다가, 따끈따끈한 <송곳> 1권을 대출해갔다. 진정한 신용하나로 대출해 드리는 책수레 봄수레 만세! 포장마차 옆 과일노점하시는 분은 카페봄봄과 1분 거리에 살고 계신단다. 다음주에 꼭 책 한 권 빌려가기로 약속을 받았다. 이제 카페로 들어갈 시간이다.

골목입구에 위치한 중국집 짜우리아 사장님께 책수레에서 책한권 빌려보라고 하니까, 책수레를 가게 앞으로 끌고 오라고 했다. 짜우리아 남자사장님 여자사장님 둘 다 나와서 한참 책을 고르신다.

남자사장님이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를 골랐다. 사장님 이런쪽 마니아세요? 했더니, 여자사장님이 남편이 문창과(문예창작과) 나왔다고 슬쩍 이야기한다. 앗. 시 쓰는 중국집 남자. 좀 괜찮다. 하하하. 여자사장님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을 찾으시길래 봄봄책방에서 찾아서 가져다 드리는 완전 친절한 배달서비스까지.


 중국집 사장님은 문예창작과였네!
중국집 사장님은 문예창작과였네!김동규

그러고 보니, 편의점 사장님은 도서관학과, 중국집 사장님은 문예창작과네. 이거 뭔가 스토리가 좀 되는데... 한여름 땡볕에 헤롱헤롱 출동한 책수레 두 번째 날은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동네의 재발견. 사람들의 재발견. 이게 책수레 봄수레의 맛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봄봄블로그에도 함께 올립니다.
책수레 봄수레는 카페봄봄이 운영하는 움직이는 작은 책방입니다.
카페봄봄은 영등포역 뒤편에 자리한 노동자 마을카페입니다.
#카페봄봄 #영등포역 #책수레 봄수레 #책대여 #마을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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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1번출구 초역세권 노동자마을카페 <카페봄봄>과 마포구 성산동 <동네,정미소>에서 주로 서식중입니다. 사회혁신 해봄 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경제민주화네트워크에서 변화를 꿈꾸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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