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후손들의 무희심신에 지친 선수들을 달래주는 캠프에서의 깜짝 이벤트
김경수
"경수씨, 내가 같이 가줄게. 쉬엄쉬엄 가보자구." 어르신은 자신의 기록을 포기하고 내게 보조를 맞춰 동행 길에 섰다. 우리는 CP7을 벗어나 CP8을 향했다. 내 체력으로 어르신과 보조를 맞추는 건 무리였다. 잠에 취해 얼마 가지 못해서 그만 주저앉았다. "어르신, 아무래도 전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냥 먼저 가세요." 당신의 발목을 잡는 게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어르신은 물끄러미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래, 내가 봐도 경수씨가 많이 힘들어 보이네. 그래서 나는 자네와 함께 가야겠어.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가지."
살다보면 재촉하는 사람도, 재촉당하는 사람도 서로 괴로울 때가 있다. 그러다 어느 한 쪽이 이제 그만 각자의 길을 가자고 제안하게 된다. 하지만 어르신은 나를 재촉하지도, 내버려두고 떠나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지쳐 힘들어 하면 함께 쉬고, 지루할까 말벗이 되어주고, 가끔 간식을 집어줄 뿐이었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된 그와의 동행은 오전 11시 30분 함께 캠프에 들어오면서 막을 내렸다. 이제껏 사막에선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지언정 받아본 적 없던 나였다. 심지어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며 사지를 넘나들던 내가 70세 고령의 어깨에 기대어 롱데이 27시간의 사투를 무사히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