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Winy Mass)의 '서울 수목원'서울시는 5월 13일 서울역 7017 프로젝트의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으로 비니 마스의 '서울 수목원'을 선정했다.
서울특별시
서울역고가 프로젝트라는 명칭의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은 2015년 1월말 '서울역 7017 프로젝트'로 이름이 바뀐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이란 1970년에 건설된 서울역고가에 17개의 통행로를 연결하여 2017년에 재생시킨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5월 13일 서울역 7017 프로젝트의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으로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Winy Mass)의 '서울 수목원'을 선정했다. 당선작 '서울 수목원'은 서울역고가를 하나의 큰 나무로 설정, 퇴계로에서 중림동까지 국내 수목을 가나다순으로 심고, 램프는 나뭇가지로 비유하여 17개 보행길과 연계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비니 마스와는 설계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 다음 6월 중 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서울역고가 공원화 계획을 공식 발표한 지 9개월 만에 사업이 공사 실행 단계로 진입하는 형국이다.
이 지점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 서울역고가 공원화,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서울시가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의 정당성을 획득하려면 다음 세 가지의 질문에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놔야 한다.
첫째는 민주적인 과정을 밟고 있는가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소통과 경청을 강조해온 박원순 시장의 시정운영 방식에 걸맞지 않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6.4선거의 공약으로 제출된 이후 이 사업은 타당성 제시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업 추진 초기 인근 주민들과 남대문시장 상인들에 대한 의견 수렴은 물론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계획이 발표되면서 갈등과 의혹이 증폭됐다.
이 과정에서 행정의 연속성도 훼손됐다. 기존의 고가 철거 방침을 철회하고 공원화하겠다는 상반된 결정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사업을 밀어붙였다. 여기에 투자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추경예산 5억 원을 편성하는 조급성마저 더해졌다(2014년 9월 1일 편성된 추경예산 5억 원은 불용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 예산으로 118억 원이 편성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둘째는 입지 조건의 문제다. 서울역고가는 공중공원을 조성하기에 알맞지 않다. 서울시가 모델로 삼고 있는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의 경우 높이 9m, 길이 2.5km다. 반면 서울역고가의 경우 높이 17m, 길이 983m다. 6층 건물 높이의 고가에 공원을 조성할 경우 안정감이 떨어지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접근성도 좋지 않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나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의 경우 건물과 인접해 있어 접근이 용이하고, 안정감이 있으나 서울역고가는 그렇지 않다. 서울역고가는 도로와 철로를 가로 지르는 입지 조건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
주변 경관을 해치는 것도 문제다. 서울역 광장에서 숭례문 쪽을 바라볼 때, 서울역고가는 주변 경관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서울역고가의 공원화는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국가 상징거리 조성계획'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서울역고가에 '수목원'을 만들 경우 온전한 생태공원이 될 리 만무하다. 땅과 단절된 공중공원의 관리를 위해 물, 전기 등의 에너지가 사용되어야 한다. 거대한 인공어항이 된 청계천, 아주 넓은 중앙분리대가 되고 만 광화문광장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
셋째, 공원화의 편익을 누가 누리게 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는 보행로로 연결되는 건물주와 고가 주변에 이해관계가 있는 도시개발 사업자들이다. 서울역 주변 공실률이 높은 건물들도 고가 공원화에 따른 편익을 누릴 것이다.
지난 5월 7일 서울시는 '서울역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했다. 발전계획은 ▲ 북부역세권 개발 조기 가시화 : 코레일과 TF구성, 합의 후 하반기 민간공모 시행 ▲ 북부역세권~코엑스·잠실~서울역~상암·수색~킨텍스 MICE 축 구상 ▲ 도심 동서의 공간적 단절회복, 도심의 활력을 서북권역으로 확산 ▲ 남대문시장 글로벌 명품시장 선정(4월)에 성공, 50억 원 예산 지원 예정을 골자로 한다.
반대 여론 무마용이라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발전계획은 대규모 토목건설사업이 주된 내용이다. 서울역 북부 컨벤션센터 건설이나, 신안산선 만리재역 신설 등의 문제는 급하게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폭넓게 이해관계자들과 공론화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 사례, 제대로 배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