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에서 정상까지
변종만
택시에서 내려 임도를 따라가다 왼쪽 편의 군락지로 들어서면 키가 큰 철쭉들이 터널을 이룬다. 팔각 정자와 산신제를 지내는 제단을 지나면 철쭉 터널이 미로처럼 사방을 연결한다. 낭떠러지로 된 서쪽 정상을 구경하며 40여 분이면 황매 평원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도착한다.
아래에서 위쪽을 바라보면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가깝게 보인다. 목장의 울타리를 닮은 나무 계단과 숲길을 오르면 암봉으로 된 정상을 만나는데, 주변은 크고 작은 바위들을 연결하며 기암절벽을 이룬다. '황매봉(黃梅峰)'이라는 글이 음각되어 있는 정상의 키 작은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만들었다.
정상은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서야 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빼어나다. 지리산의 천왕봉과 웅석봉, 왕산, 합천호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황매 평원 주변의 풍경도 일품이다.
정상 아래로 내려오면 해발 800~900m의 평원으로 옛날 목장 지대였던 황매 평원이 이어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황매산은 억새도 많아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산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은 후 베틀봉, 산불감시초소, 제2철쭉 군락지, 철쭉제단, 제1철쭉 군락지를 지나 모산재로 향한다. 꽃이 져 초라한 군락지에서 색 바랜 꽃들을 드문드문 매단 철쭉나무들이 뒤늦게 꽃구경 나온 사람들을 반긴다.
모산재(높이 767m)는 합천 팔경 가운데 제8경에 속하는 명승지로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가 절경을 만든다. 황매산의 한줄기로 본래는 신령스런 바위산을 뜻하는 영암산이었는데 주민들은 잣골등이라고 부른다.
태조 이성계가 기도 올린 이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