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따비
.. 한국인은 밥을 먹기 위해 김치나 간장 같은 발효음식을 반찬으로 먹는 것이지, 반찬을 먹으려고 밥을 먹는 게 아니다 … 아침밥을 먹으면 살이 찐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히려 반대다. 밥은 천천히 소화되기 때문에 혈당치가 장시간 안정 상태로 유지된다 .. (18, 288쪽)
정혜경 님이 쓴 <밥의 인문학>(따비,2015)을 읽습니다. 정혜경 님은 한겨레한테 '밥'이 무엇인가를 놓고 도톰한 책 한 권을 내놓습니다. 옛책에 남은 글과 옛 유물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서 한겨레하고 밥이 어떻게 이어졌는가를 살피고, 밥삶이 어떤 발자취로 이어졌는가를 살피며, 문학에서 다루는 밥을 살피다가는, 과학으로 밥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끝으로는, 오늘날 한국사람이 널리 먹는 여러 가지 밥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김치볶음밥이라든지 비빔밥이라든지 쌈밥이라든지 김밥이란 무엇인가 하고 차근차근 밝힙니다.
그런데 좀 아쉽다고 해야 할 만한 대목을 곳곳에서 봅니다. 이를테면 148쪽에 나오는 "남새는 우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용어지만, 채소의 순우리말이고 푸새, 푸성귀도 순우리말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명의 원형도 북한 요리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은 대목입니다. 글을 쓴 정혜경 님은 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일하신다고 합니다. <밥의 인문학>이라는 책은 한겨레한테 '밥'이 가장 소담스럽거나 대수롭다고 하는 이야기를 펼칩니다. 그러면, '밥'과 얽힌 '한겨레 말'에 깊고 넓게 눈을 뜨면서 이야기꽃을 함께 펼칠 때에 한결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한겨레는 '밥을 먹은 삶'을 이었습니다. 한겨레는 '음식(飮食)을 섭취(攝取)한 역사(歷史)'가 아니요 '조석(朝夕)을 식사(食事)하는 문화(文化)'도 아닙니다. 글쓴이 정혜경 님은 곳곳에서 '밥심(밥힘)'을 말합니다. '밥심'처럼 한겨레한테는 '밥삶'이요 '밥살이'입니다. '밥짓기'와 '밥차림'입니다.
요즈음은 시골 할매와 할배도 '남새·나물·푸성귀'를 제대로 갈라서 쓰지 않지만,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기 앞서까지 거의 모든 시골사람은 이 한국말을 슬기롭게 살펴서 옳게 쓰면서 살았습니다. 마늘처럼 손수 심어서 얻은 풀은 남새요, 쑥처럼 스스로 잘 자라는 풀은 나물이며, 남새와 나물을 아울러 푸성귀입니다. 단군 옛이야기에 나오는 '쑥과 마늘'은 '나물과 남새' 가운데 하나씩 손꼽아서 '사람이 먹는 밥'이 무엇인가를 밝혀 주었어요.
.. 쌀밥을 먹는 귀족층이 생겨난 것은 삼국시대 무렵이므로, 그 이전에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식사하는 공동 식사의 풍습이 일반적이었으리라 본다 … 왕족이나 귀족은 쌀을 주식으로 즐길 수 있었지만 쌀 생산은 제한되어 있었으므로 일반 백성은 쌀을 충분히 먹기 어려웠다 … 하층계급에서 조나 보리를 먹는 사람은 그래도 풍족한 편이고, 더 어려운 경우에는 나무껍질을 먹었다고 한다 .. (33, 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