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수산물 시장에 위치한 경식상회에 붙은 가자미와 장어를 소개한 글귀가 재미있다.
심명남
'친구야 술 한잔 하자'며 몇 달 전부터 안부를 묻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은 무조건 연등천이 흐르는 남산동에서 만나 잔다. 오늘 무엇을 먹을런지 대충 감이 왔다. 청정바다에서 잡아 올린 여수의 대표안주 생선회를 먹을랑갑다 생각하고 친구를 따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남산동에 위치한 여수수산시장이었다. 이곳은 건어, 선어, 활어, 어패류가 다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데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친구는 횟집이 아닌 마른 생선을 파는 건어물 가게에서 장을 봤다. 아주머니에게 많이 달라며 흥정을 하더니 마른 서대와 붕장어 그리고 양태를 한웅큼 샀다. 3명이 모였으니 3만원 어치를 샀더니 담은 봉지가 두둑했다. 이후 맞은편 식당으로 갔다. 섬마을 식당이었다. 마른 생선을 아주머니에게 주니 어느덧 안주가 노릇노릇 하게 구워져 나왔다. 먹으면 또나오고 먹으면 다시 나오는 안주가 푸짐하다. 붕장어에선 기름기가 좌르르 흐른다. 구운 서대와 양태의 빛깔이 술만난 고래처럼 술을 술술 붓게 만들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