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성호
설마가 사람을 잡을 때가 있다. 아니 널리고 널렸다. 특히나 박근혜 정부의 인사 정책은 말이다. 아시다시피, 총리 난관은 말이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후보군에 올랐다는 소식을 처음 접하자마자 육성으로 '설마...'를 내뿜었더랬다.
하긴 '설상가상'과 같은 일이 이 정부에서 어디 한둘이었던가. 이런 생각은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그는 21일 오전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박근혜, 총리 후보로 황교안 지명. 과거 이 공간에서 황교안 총리 될 것 같다고 툭 던졌는데 진짜 실현되었다. 독실한 보수 기독교 신앙을 가진 초강경 공안검사로 박근혜의 통치철학을 체화하고 있는 사람이다.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향이 가히 짐작된다."그렇게, 21일 오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신임 총리 후보자로 전격 지명됐다. 이완구 전 총리 사퇴 이후 25일 만이다. 이 시각 무려 721일 동안 총리 관저를 지켰던 정홍원 전 총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죽했으면, 로이터통신 제임스 피어슨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과 사진을 게재했을까.
"Park Geun-hye nominates Justice Minister Hwang Kyo-ahn as new Prime Minister - wonder if he will pass, otherwise:"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장관을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가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빽 투 더 정홍원'이 공감을 얻는 이유 "총리 없어도 크게 상관없는 것 같은데 그냥 없는 대로 갑시다." 어느 SNS 사용자의 '웃픈' 일성이다.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총리 잔혹사'를 몸소 실천했던 박근혜 정부의 현재를 단적으로 드러낸 일성이 아닐 수 없다. 기실, 이번 황교안 카드는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라는 표현마저도 부끄럽게 만든다. 반면, 청와대가 이러한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낙점한 인사가 결국 황교안 후보자라니 과연 상상한 것 이상을 보여주는 '콘트롤타워'답다고 해야 할까.
전문성? 탕평책? 그런 거 하나도 중요치 않다. 국정원장이 비서실장으로, 현직 의원들이 특보로 청와대에 입성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장수 법무부장관이었던 황교안 후보자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균관대 사랑도 도드라진다. 정홍원 전 총리와 이완구 전 총리 모두 성대 출신이었다. 여기에 허태열 전 비서실장, 이남기 전 홍보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수석들만 5명이었다. 이 부분은 이명박, 노무현 정부 역시 편향성을 보여줬으니 형평성 측면에서 넘어갈 수 있다고 하자. 총리 후보자를 향한 대통령의 지독한 검경 편애는 무서울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