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즐기기 위해 노조 현수막 철거"

[이슈] 서울여대 총학생회 축제 기간 현수막 기습 철거 논란

등록 2015.05.20 19:34수정 2015.05.2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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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제공

"총학생회가 타 학교 학생과 교류의 장인 축제라는 미명 하에 학내 구성원의 의사 표현을 억압하다니... 부끄러운 줄 아세요."

축제 기간에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한 서울여대 총학생회를 향한 누리꾼의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 학교의 청소 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는 등 지난달 29일부터 28일째 농성 중이다. 

20일 새벽 서울여자대학교 제54회 총학생회 '친한친구'(아래 총학)는 교내에 걸려있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이하 노조)의 현수막 10여 개를 철거한 뒤 검은색 쓰레기봉투에 담아 노조가 농성 중인 본관 앞에 두었다. 봉투 위에는 '1년에 단 한 번뿐인 축제를 위해 자진철거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쪽지를 남겼다.

철거 뒤 총학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교내 학우와 더불어 지역사회 그리고 타 교생들과의 교류의 장이 되는 서랑제(축제)에서 보다 나은 축제 환경을 위하여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며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학교와 노조 그 어느 측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서랑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해당 글 아래에는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300개 넘게 달렸다.

일부 재학생들 "'인권'과 '마시고 노는 것' 중 뭐가 중요한 지도 모르나"

 20일 새벽 서울여자대학교 제54회 총학생회 '친한친구'(아래 총학)는 학교 교내에 걸려있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이하 노조)의 현수막 10여 개를 철거한 후 페이스북에 남긴 공지. 해당 글 아래에는 300개 넘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20일 새벽 서울여자대학교 제54회 총학생회 '친한친구'(아래 총학)는 학교 교내에 걸려있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이하 노조)의 현수막 10여 개를 철거한 후 페이스북에 남긴 공지. 해당 글 아래에는 300개 넘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서울여대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재학생인 황아무개씨는 "청소노동자들의 외침을 떼고 찢어서 쓰레기통에 박아 넣은 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것이냐"며 "파업 시작 할 때는 아무 말도 않고 있다가 처음 한다는 행동이 현수막 떼기라니, 기가 찬다"고 일갈했다. 안아무개씨도 "'인권'과 '마시고 노는 것' 중에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총학생회라는 게 서울여대학생으로서 너무 부끄럽다"며 "청소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고아무개씨는 "애초에 진짜 사용자인 학교가 간접고용으로 미화 노동자들을 궁지로 몰아넣어 현수막이 등장한 것 아니냐"며 "진정으로 현수막을 '자진철거'하고 싶었다면 학교 측에게 책임을 묻고 빠른 해결을 촉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졸업생이라고 밝힌 진아무개씨도 "문제가 있으면 원인도 있다"며 "문제의 원인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방관했으면서 마치 이성적인 양 중립이라는 단어를 써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총학의 대응을 옹호하는 댓글도 드물게 보였다. 김아무개씨는 "학교는 학생을 위해 지어진 것 아니냐"고 토로했고, 포털사이트 다음 회원 'J****'은 관련기사 아래 "학교 행사보다 노조 현수막이 더 중요하냐"며 "축제가 끝난 뒤 다시 달면 된다"고 남겼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제공

현재 현수막은 노조에 의해 다시 걸린 상태다. 한혁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만약 학생들이 축제 기간만이라도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면 응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쓰레기 버리 듯 봉투에 담아 본관 앞에 놔뒀다는 점에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이어 총학생회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축제 중이라 통화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정지우 총학생회장은 같은 날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축제 주제를 '전통'으로 잡아서 청사초롱을 달았는데 현수막이 있으니 을씨년스럽고 보기 안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일 년에 한 번뿐인 축제라서 예쁘게 진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추가 철거를 암시하기도 했다. 정 총학생회장은 "노조가 오늘 아침에 현수막을 새로 달았다"며 "정문에 달린 현수막이 너무 흉하다고 건의가 계속 들어오면 추가 철거를 할 수도 있지만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서울여대 #청소노동자 #현수막 #기습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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