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화백이 히말라야에서 고산병에 걸렸을 당시 쓴 '유서'.
허영만
- 의외네요. 철저하신 분이란 이미지 때문일까요? 꼬장꼬장하실 것 같은데."전혀 아니시더라고요. 물론 철두철미, 그런 건 있죠. 일과표대로 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한테 치이고 그러는 건 스스로 자제하시는 편이라고 해요. 그래서 '참 깐깐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는 하더라고요. 기자들이 취재 요청하면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그런데 그게 다 선생님 작업을 위해서 그런 거거든요. 실제로 일대일로 만나면 전혀 안 그러세요. 장난기가 많으세요."
그래서일까.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허 화백과의 갈등은 없었다고 했다. 정 큐레이터는 "한 번은 선생님이 <식객> 스토리 노트를 많이 가져갔는데 왜 다 안 보여주느냐고 하시더라"며 "작가는 많이 보여주고 싶어 하게 마련이고, 기획자는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다소 서운한 부분이 있으시겠지만, 그로 인한 충돌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 스스로 어떤 큐레이터라고 생각하나요?"큐레이터란 말 어원을 보면, 수도원에서 영적으로 치료해주는 사람을 뜻해요. 마음 치료해주는 사람, 그러니까 전시를 통해서 뭔가 의미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죠. 뭔가 새롭거나 재밌게 만들어야죠. 그러려면 일단 제가 흥미를 느껴야 하고, 그다음에는 역사적인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관객들에게 어떤 앎을 준다거나 그런 생각 전혀 없어요. 남을 계몽하거나 이런 거 되게 싫어하거든요? 계몽보다는 공감이죠. 그냥 동시대에 같이 사니까 공감하는 거잖아요."
- 청년, 중년, 노년, 다들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이런 시대, 허영만 화백 작품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의미가 있을까요? 매우 식상한 질문이라고 봐요(웃음). 힐링, 이런 말 별로 안 좋아해요. 중년이 청년한테, 무슨, 청년들이여 꿈을 가져라? '그대나 잘하세요'지(웃음). 다만, 참 금세 사라지는 세상이니까, 무슨 건물 사라지듯 각자만의 옛 공간이 참 쉽게 사라지니까. 각자 가졌던 꿈, 사랑, 아픔, 이런 것들도 함께 잊혀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붕 떠 있다고 할까,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전시회를 통해 잠깐 그 시간에 빠져보는 거죠. '그때는 내가 이랬었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힘을 내세요, 힐링하세요, 이런 게 아니라요."
"허영만, 동시대인이잖아요"이 말을 들으며 '허영만'을 통해 일상의 불안함을 다소 달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살아내기 참 어려운 시대니까. 그래서 끝으로, 한 번 더 식상한 질문을 던져봤다. 이건 꼭 보고 가세요, 안 보고 가면 후회합니다. 그런 전시물을 꼽는다면?
"유명한 작품이 많으니까 선생님을 어느 정도 아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이렇게 쫙 펼쳐 놓으니까 '어머나, 이것도 했었어?', '비트도 허영만이었어?' 이런 반응이 참 많더라고요. 허영만, 동시대인이잖아요. <미스터 초밥왕> 다이스케가 그런 말을 했죠. 허영만이란 사람을 같은 시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다. 맞는 얘기거든요. 이런 사람이 내 곁에 있구나, 같이 살아가고 있구나...피카소다 뭐다 옛날 사람들 데리고 와서 하는 전시? 거기 좋은 작품 안 와요. 아니 못 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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