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웹툰 '송곳'의 최규석 작가.
권우성
최 작가는 입바른 소리를 삼키지 못하고 세상과 불화하는 이수인의 모습이 자신과 닮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이 노조위원장을 한다는 점도 신기했고, 큰 싸움에서 자기를 지키며 헤쳐나가는 과정도 궁금했다"며 이수인 과장을 주인공으로 점찍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수인과 함께 줄거리를 이끌어나가는 노동운동가 구고신은 그가 만난 70년대 학번 사람들의 성격을 조합한 것이다. 하종강 교수에게서 영감을 얻었지만 그의 착한 얼굴은 작품과 어울리지 않았다. 여러 활동가들에게서 "능글능글하면서도 대하는 사람에 따라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하는 모습"을 차용했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도 제작... "구고신 역에 한석규 추천"이날 콘서트에서는 이수인의 실제 모델인 김경욱 전 까르푸-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예고없이 등장하기도 했다. <송곳>뿐만 아니라 그를 모델로 한 영화 <카트>가 개봉하면서 여러 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지만 모두 고사했던 그였다. 무대 뒤편에 걸려있는 대형현수막 속 이수인과 똑 닮은 김 위원장이 등장하자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현재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는 "처음에는 제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영광스럽고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힌 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소재일 뿐이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 교수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최 작가를 완벽주의자로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컷을 그리기 위해 몇 시간씩 이야기 한다"며 "정말 지칠 때까지 이야기하는데 나중에 만화를 보면 조금 밖에 안 나온다"고 말해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겠다는 직원들을 말리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07~2008년 512일 동안의 파업을 거치며 남은 상처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당시 파업이 전국적 투쟁이 되면서 분열과 권력다툼도 벌어졌다"며 "1년쯤 됐을 때 아이에게 폭력적으로 대하는 나를 보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까지 간헐성폭발장애(분노조절장애)와 조울증으로 치료를 받는 중이다.
또한 파업으로 외주화 철회,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 노동자의 요구사항을 모두 관철했지만, 노조 핵심 간부 9명이 복직하지 못한 것도 김 전 위원장의 마음에 빚으로 남았다. 당시 핵심 간부들은 사직서를 쓰는 조건으로 회사와 교섭을 벌였다. 그는 "9명이 복직을 못한 채 끝난 것이 아직도 가슴 아프다"며 "그 이후에 (죄책감 때문에) 노동조합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