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2> (지은이 서정오 / 그린이 이우정 / 펴낸곳 현암사 / 2015년 4월 20일 / 값 각권 1만 8000원)
현암사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2>(지은이 서정오, 그린이 이우정, 펴낸곳 현암사)는 시사와 풍자, 해학과 조롱을 넘어서는 이야기, 요즘에 벌어지고 있는 정치·사회적 문제들까지도 백 가지 옛날이야기로 아우르고 있는 옛날이야기 보따리입니다.
"옛날 옛적 갓날 갓적 하늘땅이 열릴 적에, 호랑이가 담배 피우고 까막까치 말할 적에, 강아지에 뿔날 적에 수탉에 귀날 적에, 헌 누더기 춤출 적에 부지깽이 날뛸 적에, 한 임금이 살았더래. 이 임금님은 노루 사냥을 즐겨 해서 틈만 나면 사람들을 많이 데리고 노루를 잡으러 갔더래."(<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2> 305쪽)옛날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전주곡처럼 빠지지 않던 말들입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술술 읽어 넘겨도 좋을 만큼 쉽고 재미있지만 옛날이야기라고 해서 결코 지난 간 일 만을 되뇌는 게 아닙니다. 이야기 속에는 깔깔 거리며 웃게 하는 웃음이 있고 눈물도 있습니다. 콕콕 찌르는 지적도 있고, 마음을 들뜨게 하는 칭찬도 있습니다.
지나간 잘잘못을 달 수 있는 저울, 오늘을 살피 게 하는 거울, 내일을 밝혀 주고 있는 지혜가 이야기 속에 들어 있습니다. 해학, 풍자, 효, 권선징악, 우정, 성실, 사랑, 선정, 지혜 등을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읽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2>는 1999년에 처음 발행 돼 2014년 1월에는 24쇄를 출판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던 것을 깁고 보태 다시 낸 책입니다. 깁고 보탠 이야기가 마흔 가지나 되니 재미있는 이야기, 느낌을 주는 이야기가 훨씬 풍부해졌습니다.
두 권(1, 2)에 담겨 있는 옛날이야기가 백 가지나 되지만 뒤죽박죽으로 막 들어 있는 게 아닙니다. 아주 가지런하게 '제1부 모험과 기적', '제2부 인연과 응보', '제3부 우연과 행운', '제4부 세태와 교훈', '제5부 슬기와 재치', '제6부 풍자와 해학'으로 나뉘어 모듬 별로 잘 갈무리 돼 있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죄는 지은 데로 가야 하는데어느 이야기 하나 허투루 넘길 것이 없습니다. 재밌는 이야기 속에 회초리 같은 일침이 있고, 너털웃음 같은 문맥을 읽으며 조롱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니 이게 바로 언중유골, 옛날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뼈있는 한 마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단 말은 들어봤지? 죄는 지은 데로 가고 덕은 닦은 데로 간다는 옛말도 있어. 그런 말에 꼭 맞는 이야기가 있으니 어디 한번 들어보게나."(<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342쪽)이렇게 시작하는 옛날이야기는 산삼을 캐러 다니는 심마니 셋, 김가 이가 박가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한 마을에 사는 이 심마니 셋이 산삼을 캐러 다니던 어느 날, 벼랑에서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산삼을 발견합니다.
궁리 끝에 셋 중 한 명이 내려가 산삼을 캐 위로 올려 보내 나누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김가가 벼랑으로 내려가 위험을 무릅쓰고 캐내 위로 올린 산삼을 본 두 심마니, 이가와 박가는 욕심에 눈이 멉니다.
욕심에 눈이 먼 두 심마니가 벼랑에 내려둔 채 떠난 김가는 며칠 후 이무기의 꼬리를 잡고 올라옵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김가는 집으로 달아가던 길에 나란하게 죽어 두 심마니 이가와 박가를 발견합니다.
셋이 나눌 걸 둘이 차지하는 것만으로는 욕심이 차지 않은 둘은 서로 따라주는 술에 독을 타 따라줬기 때문입니다. 이무기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살아남은 김가는 그들이 남기고 간 산삼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와 그들이 저지른 악행은 비밀로 덮어줍니다. 마음 착한 김가는 산삼을 세 몫으로 나누어 자신을 죽이려 했던 두 사람 식구들에게도 나눠주고, 아흔아홉까지 무병장수했답니다.
맞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죄는 지은 데로 가야 맞습니다. 옛날에는 그랬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요즘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회자 될 정도로 정치, 경제, 사회, 가치 등에서 콩과 팥, 유죄와 무죄가 쉬 구분되지 않을 만큼 왜곡되고 오염돼 보이니, 먼 훗날 우리들 후손들이 읽을 옛날이야기 거리가 점점 궁색해지고 빈곤해지는 느낌입니다.
목 마르는 갈증은 물이 마르지 않는 옹달샘을 찾으면 달랠 수 있습니다. 옛이야기가 그립고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2>가 그 갈증을 달래 줄 옹달샘, 꺼내도 꺼내도 줄어들지 않는 옛날이야기보따리가 되리라 기대됩니다.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2
서정오 지음, 이우정 그림,
현암사, 2015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서정오 지음, 이우정 그림,
현암사, 201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공유하기
"돼먹지 못한 벼슬아치 만나면..." 이거 누구 얘기 아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