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의 왕우붓의 왕은 서양의 미술가들과 함께 뿌리 루키산 미술관 설립에 힘을 보탰다.
노시경
뿌리 루키산 미술관은 발리 섬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으로서 1956년에 설립되었다. 네덜란드 화가 루돌프 보네(Rudolf Bonnet)와 독일인 화가 월터 스피스(Walter Spies), 그리고 옛 우붓의 왕이 함께 설립했다는 이 미술관은 현재에도 우붓의 왕족에 의해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미술관 건물은 4관까지 있는데 발리 미술의 발전단계별로 미술관이 구분되어 있었다.
미술관 안에는 4개나 되는 큰 전시관들이 각각 별도의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미술관 입구에서 만난 첫 번째 전시관에는 이 미술관 설립자들의 이력이 그들이 남긴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 설립에 나섰던 루돌프 보네와 독일인 화가 월터 스피스는 발리의 매력에 흠뻑 젖었던 미술가들이었다. 이들의 작품도 미술관 내에 잘 남아서 발리 현대회화의 뿌리를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전시관에서부터 우붓 회화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발리의 화풍을 이끌었던 유럽 작가들 외에도 그들에게 교육을 받은 제자들의 작품이 다수 전시돼 있었다. 그래서 전시관 안의 그림들에는 서양화의 회화 기법 속에 발리인들의 종교관이 잘 반영되어 있다. 양식은 서양식이지만 신비하고 밝은 분위기의 우붓 양식 그림들이 가득 전시돼 있다. 양탄자를 짜 놓은 듯한 세밀한 묘사의 그림에서 묘한 종교적 분위기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