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 경기보물 특별전시회

경기도 천년 특별기획전 6월 21일까지

등록 2015.05.18 18:34수정 2015.05.1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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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새 한 마리 날아와 우리 뜰 매화나무에서 쉬네. 진한 그 매화향기에 끌려 반갑게 찾아왔네. 이곳에 머물고 둥지 틀어 네 집안을 즐겁게 해주어라. 꽃은 이미 활짝 피었으니 토실한 열매가 맺겠네."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13년 7월 14일에 부인이 보내온 헌 치마를 잘라 첩 네 권을 만들어 두 아들에게 주고, 나머지로 족자를 만들어 딸에게 주었다. 딸에게 준 매조도를 보면 위쪽은 매화나무에 한 쌍의 새를 그리고 아래에는 위 한시와 제작 경위를 남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15~16세기에 제작된 청화백자의 그림과 너무도 유사하다. 매화 대나무 새를 그린 청화백자는 보물 제659호 인데 다산 선생이 이런 매조도 그림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린게 아닌지 생각된다.

매화 대나무 새를 그린 청화백자 보물 제659호 청화백자
매화 대나무 새를 그린 청화백자보물 제659호 청화백자한정규

경기도박물관 특별전인 '경기보물'전에 전시되고 있는 청화백자에 그려진 그림 얘기이다. 경기도박물관에서는 2015년 첫 번째 전시로 '경기보물'을 준비했다. 경기도의 천년 역사를 문화사적 측면에서 접근한 전시로, 각 주제에 맞는 보물급의 유물을 '경기도'와 '경기인'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했다. 왕실의 후원을 받아 제작된 화려한 불교 공예품, 찬란한 도자문화를 보여주는 청자와 백자, 조선시대 예원을 이끌었던 서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고려, 조선 왕실과 관계를 맺은 절이 왕실사찰인데 고려의 인쇄문화와 불화, 조선의 불교 공예 등은 경기 지역의 왕실사찰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경기도 불교문화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왕실의 후원을 통한 국가적인 불사의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국보 제256호인 고려시대 '초조대장경 화엄경 권1'과 '봉업사 글씨가 새겨진 청동 금고', '수월관음도', '금동 보살좌상', '석씨원류 응화사적 책판' 등의 보물이 전시되고 있다.

초조대장경 화엄경 권1 국보 제256호
초조대장경 화엄경 권1국보 제256호한정규

경기도는 고려 전기부터 우리나라 도자문화의 중심이었으며 10세기 중엽부터 도자기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고려청자의 발전에 중심지가 경기도였으며 '천하제일 고려청자'로 평가받고 있다. 보물 제1784호인 '연꽃을 음각한 청자 매병'과 '꽃모양 청자', '청자상감 병', '청자 발우', '꽃 새 버드나무가 새겨진 청자상감 의자' 등이 전시되고 있다.


성리학적 이상국가를 추구한 조선은 도자문화에서도 검약과 실용을 강조하였고, 왕실의 비호 아래 조선백자는 빠르게 발전하였다. 경기도는 이런 조선백자의 고향으로 사옹원의 분원인 관요가 15세기 후반부터 운영되었다. 분원 백자는 기종 문양 장식 등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격조있는 미감을 가졌다. 보물 제1458호인 '나비 그림에 시를 쓴 백자 청화 철화 팔각 연적'과 '백자 항아리', '용을 그린 백자 청화 항아리' 등이 전시되고 있다.

김정희의 황량한 겨울경치 김정희가 부채에 그린 그림
김정희의 황량한 겨울경치김정희가 부채에 그린 그림한정규

경기도박물관 1층 입구로 들어가자 마자 마주치는 초서병풍, 행서병풍은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서예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재학 초서 8곡병'은 호방한 필체로 조선시대 문인인 신종호, 권필, 서거정, 정도전, 박순, 김시습, 조운흘의 칠언절구 8수를 쓴 8곡병풍이다.


'이서 초서 8곡병'은 광초에 가까운 호방하고 활기찬 필체로 이백, 왕유, 전기, 이군옥, 맹교의 오언절구 8수를 쓴 병풍이다. '강세황 행서8곡병'은 조선후기의 대표적인 문인이자 서예가인 강세황의 작품으로 송나라의 양시, 정호 등의 칠언시를 모아 쓴 것으로 유려한 글씨가 멋진 작품이다.

보물 제743호인 '정조대왕의 파초 그림', '허목의 미수체', '한호가 쓴 글씨첩' 등의 보물과 김정희의 그림과 글씨, 김홍도의 '풍류를 즐기는 선비', 정선의 '사직단의 소나무'등의 수작이 다수 전시되어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불교미술품, 청자, 백자, 그림과 글씨 등 국보와 보물이 많아 눈길을 뗄 수가 없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감상에 몰입하게 된다. 보는게 즐거워지면 생각하고 행동하는게 즐거워져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경기보물 전시회 경기도박물관 경기보물 전시관 입구
경기보물 전시회경기도박물관 경기보물 전시관 입구한정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박물관 #경기보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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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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