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의 사진박경리 선생의 젊은 날의 모습
염정금
1926년 경남 통영군 명정리에서 박수영씨 장녀로 출생한 박경리는 1955년 8월 등신불 작가인 김동리에 의해 현대문학에 단편 <계산>이 추천됐고, 이어 단편 <흑흑백백>이 추천되어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으며 본명이 박금이라는 것, 김약국의 딸은 들은 이야기를 배경으로 삼아 쓴 소설이란 것 등 해설가의 해설을 들으며 기념관을 돌았다.
1층 전시실에는 선생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마을을 복원한 모형이 가운데 놓여 있었고 <토지> 친필 원고, 여권, 편지 등 유품이 전시되어 박경리 선생의 오랜 필력을 전하고 있었다. 자료실에는 선생의 작품과 관련 논문이 진열돼 통영 문학의 한 맥을 세우신 분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선생의 음성과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실도 있었으며 기념관 야외에는 생전에 화려한 것을 멀리했던 선생의 인생관과 문학 정신을 이어 검소하고 간결하게 채소밭과 정원이 조성돼 있어 각진 기념관을 부드럽게 융화해줬다. 그리고 박경리 선생의 묘소로 이어진 길은 오월의 녹음이 짙게 내려 묘소로 가는 길을 편안하게 하다. 묘소에는 앞서 다녀간 이의 마음이 담긴 꽃다발이 놓여 있고 간간히 새소리가 고적함을 깨우고 있었다.
오후 12시 무렵, 박경리 기념관을 나와 여객 터미널 식당에 들려 싱싱한 회와 해물찜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항구 도시니 만큼 낙지, 가리비, 게, 홍합, 개조개 등 여러 해물이 어우러져 마치 통영 바닷 바람인양 속을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특히 졸깃한 회와 양배추를 넣어 무쳐온 멸치회는 비리지도 않으면서 초장이 아닌 고추 가루를 뿌려 담백한 맛이 좋았다.
점심을 먹고 통영의 대표적인 어시장인 중앙시장 뒤쪽에 있는 동피랑 벽화마을로 향했다. 중앙 시장 입구에는 꿀빵과 해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꿀빵 시식을 할 수 있어 먹어보니 꿀빵도 점차 변화하는 것인지 소다 내음과 다소 퍽퍽하던 옛 꿀빵과 사뭇 달랐다. 부드러우면서도 속 앙금이 팥 외에 고구마, 완두, 유자 등 다양하게 속이 들어 있어 옛 꿀빵의 정서가 조금 사라지긴 했지만 입맛엔 딱 맞았다.
동쪽 벼랑이란 뜻처럼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언덕길에 시멘트 블럭으로 지어진 집들이 이어져 소박한 삶을 전했다. 그 삶의 풍경인양 벽마다 천사의 날개, 자전거, 그네 타는 아이, 아이를 품은 어머니, 할머니의 구수한 통영 사투리 등 다양한 그림이 오는 이의 눈을 잡고 철거되지 않고 이어가는 그들의 삶을 오롯이 전하고 있었다.
오후 2시 30분쯤까지 동피랑 벽화마을 견학을 마친 일행은 다시 차에 올라 통영시 망일 1길 82번지에 위치한 청마문학관으로 향했다. 오후 3시 10분에 도착한 청마문학관은 별 특징이 없이 아담하게 지어진 문학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