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본관 바로 옆, 고공농성 중인 조명탑과 농성장이 보인다
강혜진
동국대는 작년 12월 새 총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했다. 25명의 후보가 나왔고 여기서 총 3명이 최종 후보로 올라갔다. 1위는 김희옥 당시 총장, 2위는 보광스님이었다.
그런데 이후 다른 두 후보자들이 줄줄이 사퇴했고, 보광스님이 총장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조계종단의 총장선거 개입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학내구성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 사태에 대해 항의를 해왔다. 이사장실 점거도 하고 난간에 올라가 항의를 하기도 했지만 이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총장선거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조명탑을 보며 "저거 어때?"라고 묻는 한 친구의 말에 시작됐다는 지금의 고공농성 투쟁, 함께 싸우는 이들은 그저 농담이라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학교와 이사회는 학생들의 점거, 삭발, 단식에도 꿈쩍없었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이제 높은 곳에 올라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3시 조명탑으로 올랐다. 오르는 이도, 아래에서 지켜보는 이에게도 긴 시간이었다.
"학교가 학생들의 말을 듣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