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딸이 그린 황당한 일기.
김병기
취재할 때 우리 식구가 지키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팸플릿은 꼭 챙겼다.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고 나중에 신문을 근사하게 꾸밀 수 있다. 손글씨 신문에 사진이나 그림을 오려서 붙이면 디자인이 산다. 알찬 정보를 통째로 담을 수 있다. 특히 지도를 이용해 여행 일정을 알기 쉽게 보여줄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기록한 양과 기사 품질은 정비례한다. 손바닥만 취재수첩과 사진기는 몸에 달고 다녔다. 물론 아이들에게 모든 걸 기록하라고 하면 금방 질리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다음 일정 때문에 마음이 급할 때에는 수첩에 기록해야 할 내용을 요약해서 불러주기도 했다. 취재수첩이 아니라 핸드폰 사진기로 복사하는 것도 눈감았다.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을 그 날 '날 것'으로 보도해야 싱싱한 회 맛을 즐길 수 있다. 날마다 하루를 끝낸 뒤에 식당이나 텐트, 민박지에서 한 기자가 한두 꼭지 정도 기사를 썼다. 식당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때론 배를 깔고 엎드려서 기사를 쓰는 모습에 감동한 아주머니들로부터 서비스 세례를 받기도 했다.
"어이쿠 이놈들, 참 기특하데이……. 뭐 먹고 싶은 거 없나?" 우리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보장했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 뒤에 단숨에 내려쓰는 일필휘지 기사쓰기 작법을 택했다. 대단한 무공을 연마한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었다. A4 용지도 아낄 수 있고, 글 쓸 시간이 많지 않았다. 엄마 아빠도 기사쓰기에 정신이 없었다. 땀 냄새 풍기는 옷가지도 정리하고 텐트 안에 이불도 깔고……. 아이들이 쓴 기사에 빨간 펜을 그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아이들은 느낌 대로 연필과 볼펜을 휘갈겼다. 과대포장하자면 기행문, 답사기, 토막 인터뷰, 르포, 사진 기사 등 형식도 다양했다. 심지어 산뜻한 디자인을 넣어 그림뉴스를 만들 거나 감정이 솟구치면 감히 시인 흉내도 냈다. 재미난 뉴스, 맛있는 뉴스, 기사 같지 않은 기사를 1인칭 시점으로 솔직하게 적었다.
[3단계 : 1인2역] 취재와 편집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