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완구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구 전 총리가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희훈
14일 오전 9시 55분경,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앞.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포토라인에 섰다. 이 전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3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기자가 "3000만 원 받은 사실 있습니까"라고 묻자 이 전 총리는 "우선 제 말 좀 하겠다"고 했다. 준비해 온 듯 이 전 총리는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유 여하 막론하고 이번 일로 총리직을 사퇴하고 심려 끼쳐 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오늘 검찰에서 소상히 제 입장 말씀드리고 또 검찰의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이 문제가 잘 풀어지기를 기대 합니다."말 아낀 이완구... 현장에서는 "오리발 내밀지 마라"먼저 나온 말은 대국민 사과였다. 앞서 혐의를 적극 부인하며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한 것과는 비교됐다. 또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의도일까. 이 전 총리는 말을 아꼈다. 앞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기자회견을 자처하다 자해성 해명으로 논란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기자가 "질문 하나만 하겠다"고 했지만 이 전 총리는 "안 받겠다고 말씀드렸다"고 거부했다. 이어 그는 "검찰 조사 끝나고 나서 필요하다면 여러분과 인터뷰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다, 비켜 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기자들을 뿌리친 이 전 총리는 변호인과 함께 서울고등검찰청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홍 도지사에 이어 이 두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는 이 전 총리는 청사 12층 조사실에서 밤늦게 까지 조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이날도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취재·사진·촬영 기자 200여 명이 이 전 총리를 기다렸다. 카메라 기자들이 딛고 설 사다리들이 청사 입구 좌우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방송용 촬영카메라가 달린 '지미집 크레인'까지 등장했다.
출석이 임박한 오전 9시 45분경, 먼저 포토라인에 나타난 것은 이 전 총리가 아니라 태극기였다. 자신을 '이완구를 좋아하는 친구'라고 밝힌 한 남성이 태극기를 들고 "이완구는 죄가 없다, 총리직에 복직시켜라"라며 "법치국가는 법대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인사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홍정식 활빈단 대표가 나타났다. 홍 대표는 "이완구는 오리발 내밀지 마라"고 외쳤다. 홍 대표가 든 플래카드에는 '부정부패비리 대청소'라는 문구와 함께 성 전 회장이 5만 권을 넣어 전달했다고 전해진 '비타500 박스'가 그려져 있었다.
이완구, '부패 전쟁' 외치다 부메랑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