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천 형제가 선물로 가져온 블루베리 음료수이용천 형제가 스승의 날이라고 찾아와서 전달한 음료수. 이 음료수엔 그의 사랑과 존경과 믿음의 마음이 녹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했다.
이명재
어제 저희 교회 인터넷 카페를 뒤지다가 지난해 5월 19일 쓴 글이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이 '스승의 날 찾아 온 귀한 손님'으로 돼 있었습니다. 이용천 형제가 음료수를 한 통 사 가지고 스승으로 생각하는 저를 찾아와서 정담을 나눈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읽었는데, 오늘 똑 같은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가 블루베리 음료수 한 통을 사 들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웬일이냐고 물으니 지난해와 동일한 대답을 했습니다.
"스승의 날이 다다음 날인데, 제겐 스승과도 같은 목사님을 찾아뵙는 것은 당연한 일이잖아요." 30여 년 전쯤 제가 야간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가르쳤던 학생들 중 지금까지 연락이 닿아 스승의 날 등 전화 통화를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다 같이 어려운 시절 선생님을 만나 참되게 살아가는 길을 찾았다는 말을 그들로부터 들을 때면 나름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교회 목사와 성도로 만난 형제로부터 스승의 날 인사를 받는 것은 제게 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이용천 형제가 저를 스승으로 생각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그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곰곰 생각해 봅니다.
저는 성도들에게 바른 천국 길을 안내하는 자입니다. 바른 신앙 생활을 하라고 끊임없이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인간적 가르침 내지 지식적 가르침에 더해 가장 중요한 영적 가르침의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스승의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스승이야말로 차원 높은 스승의 반열에 드는 것이 아닐까요. 이 세상의 모든 목회자는 고차원의 스승이 되는 셈입니다.
스승의 날이라고 잊지 않고 찾아와 인사를 하는 이용천 형제가 가상하게 여겨져 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네 어머님이 살고 있는 본가에 가서 식사를 하겠다며 극구 사양했습니다.
그는 저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목사님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내심 생각의 결과일 것입니다. 이용천 형제가 사 온 블루베리 음료수는 돌아오는 주일 우리 교회 성도들과 하나씩 나눠 마시며 그를 위해 기도해 주려 합니다. 이래저래 기분이 좋은 하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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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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