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질을 배우는 학생들. 수학 영어 과학에서 저널리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문학 수업을 비롯해 농사, 음식 만들기, 옷 만들기 등 졸업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수업을 받고 있다.
송성영
락시미 아쉬람 학생들은 영어, 수학, 과학, 예술, 역사에서부터 명상과 요가, 저널리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문학 공부는 물론이고, 농사와 음식, 뜨개질, 옷 만들기 등의 기본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여기 졸업생들은 사회에 나가 어떤 일을 하나요?""알모라에는 숄, 트위드 옷, 카페트를 만들고 주변 마을에서 재배된 양모, 실크 등의 섬유를 제조하는 지역 공동체 기업이 있습니다. 거기서 주축이 되고 있는 여성들이 바로 락시미 아쉬람 졸업생들입니다."알모라는 락시미 아쉬람이 자리한 코사니에서 2시간 거리에 있다. 내가 코사니에 오기 전에 하룻밤을 묵은 중소도시 알모라에는 농촌 지역의 소녀들과 여성들에게 카페트 짜는 기술, 뜨개질부터 마케팅 교육까지 시켜주는 비정부기구(NGO)가 있다고 한다. 이 단체 또한 락시미 아쉬람 학교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들 단체에서는 이 고장에서 나오는 모직을 비롯한 꿀이며 수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농촌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여성운동가 양성북인도 코사니의 작은 마을에 우연히 만나게 된 락시미 아쉬람. 지역 공동체를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이 작은 학교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접하면서, 우리나라의 풀무농업기술고등학교(충남 홍성군 홍동면, 아래 풀무학교)를 떠올렸다. 농사짓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며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풀무학교와 락시미 아쉬람 학교가 유사한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농사를 구체적으로 배우고 작물을 생산하는 교육과정인 전공부를 갖춰 놓고 있는 풀무학교. 풀무학교의 '농촌수호'라는 애초의 폭넓은 설립 취지와 락시미 아쉬람의 농촌여성운동이라는 한정된 슬로건이 다를 뿐, 이들 두 학교가 지향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풀무학교가 자리한 홍동면은 생태적인 농촌 공동체 마을의 중요한 사례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홍동면 역시 코사니 마을처럼 작은 농촌 마을이다. 하지만 이 작은 농촌 마을은 협동조합, 유기농업, 귀농·귀촌운동을 주도해왔고, 최근에 이르러서는 경제와 녹색정치 운동을 실천해나가고 있다. 히말라야 쿠마온 알모라 지방의 지역 공동체 중심에 락시미 아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홍동면의 농촌 공동체 중심에 풀무학교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인도에서 농촌 여성활동가들을 배출해온 민간단체 교육기관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곳이 70년 역사의 락시미 아쉬람이라면, 50년 역사의 풀무학교 또한 한국 대안교육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아쉬람이 공동체의 의미를 지니고 있듯이 '진리와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고 있는 풀무학교 역시 학우회, 교사회, 운영회, 학부모회, 학생회 등 다섯 바퀴가 각자 제 역할을 맡아 협력하고 상생하는 유기적 공동체의 실현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풀무학교 졸업생들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에 반해, 락시미 아쉬람의 졸업생들 대부분은 바로 자신, 농촌여성으로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농촌여성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데 차이점이 있다.
1946년 락시미 아쉬람을 세운 영국인 여성 '사라 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