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통근시간과 건강한 삶의 관계. (내용 출처 : MBC <다큐스페셜>, 2시간 째 출근중-길 위의 미생 편)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난 2013년, 한국교통연구원은 흥미로운 보고를 한 바가 있다. 보고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서울(강남 기준)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통근시간에 따른 행복상실을 분석한 결과 통근시간(편도)이 1시간인 수도권 통근자의 행복상실, 그 가치가 월 94만 원이라는 것이다. 수치로 나타난 행복상실의 정도가 실로 충격적이다. 행복의 가치를 단순 산술화했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장시간의 출퇴근 시간이 삶의 질을 주요하게 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을 준다.
월 94만 원이면 최저임금 노동자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경제적 가치인 것이다. 이 보고의 조사에 의하면 대상자의 62.7%가 통근시간의 불만족 하며, 응답자의 69.8%가 통근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응답했다. 46.6%는 업무효율에 지장을 주며, 29.6%는 이직을 생각할 정도라고 하니 수도권 출퇴근자의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시간의 출퇴근 시간과 그에 따른 건강상, 사회관계상의 문제는 이렇듯 익숙하면서도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통체계의 혁신, 주택 및 거주 방식의 혁신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노동시간의 문제로 따지자면 유연한 출퇴근 시간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무래도 집중된 출퇴근 시간을 피한다면, 상대적으로 덜 스트레스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렇게 한들 출퇴근 시간 자체가 혁신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출퇴근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게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출근 시간은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노동자의 불가피한 시간이다. 이에 대한 보상과 인정이 필요하다. 즉 통근시간의 전부 또는 일정 시간 이상의 시간에 대해서는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고, 그만큼 실 노동시간을 면제하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한다면?최근 <벼룩시장>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응답자의 66% 정도가 30분 이내의(편도) 출퇴근 시간을 원한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30분 이상의 통근 시간에 대해서 노동시간으로 인정한다면 장시간의 출퇴근 시간의 부담이 한층 덜어질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발상에 여러 가지 반대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개인의 부담을 사업주가 분담하는 것이 옳지 않다' 라든가 '출퇴근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면 오히려 장거리 출퇴근자의 고용이 불안해 질 것'이라는 등등의 주장 말이다.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장시간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고, 이로 인하여 건강과 사회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임을 개인에게 모두 전가하는 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시키자는 나의 발상은 여기에서 나왔다. 인간이 노동을 하는 이유는 노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기초를 형성하기 위해서이다. 그로 인해 불행해지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없다.
이 사회의 존립 이유가 누구를 일부러 고생스럽게 만들려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곤란을 겪고 있으며 노동생산성에서도, 행복의 척도에서도, 사회관계 및 정치의 참여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장시간 통근시간의 문제를 모른 척하는 것이 정당한지 묻고 싶다. 또한 노동시간의 문제는 단순히 노동에 몰입하는 시간뿐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는 시간, 그것에 부수하는 시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출퇴근, 휴식, 재충전) 모두와 연관되어 있다. 이 모두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때 노동시간의 문제를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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