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다고 아이가 그려준 내 얼굴이다. 다른 선생님들이 나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고맙다.
문세경
몹시 불쾌하긴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상사가 나를 안 받겠다고 한 이유는 다름 아닌 아이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가뜩이나 예민한 아이들이고, 보통의 아이들보다 위축돼 있을 확률이 높을 텐데, 상주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코드가 맞지 않으면 피곤할 테니 말이다. 그래도 그렇지... 나는 쉽게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성질대로 하면 '장애인 차별'과 '괘씸죄' 운운하기에 충분했지만 '밥이라도 몇 번 더 먹은 내가 이해해야지' 하고 말았다.
시청 담당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해보겠다면서 일단 이틀 정도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이틀 후 내놓은 대안은 한 센터에 두 명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즉, 나는 장애가 있으니 혼자 일하기 충분하지 않으므로 이미 합격자가 배치된 곳에 추가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마음을 비우기로 했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그럼 ○○센터로 갈게요" 하고선 다음날 ○○센터로 첫 출근을 했다.
○○지역아동센터는 규모가 꽤 컸다. 보육원도 같이 있고 재활센터도 있는 복합 사회 복지 시설이다. 규모가 크니 시설이 잘 정비돼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자기 주도 학습을 지도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센터에는 '책놀이 방'이라는 오프라인 활동방이 있고, 온라인으로 책을 볼 수 있는 컴퓨터가 있는 방이 있다. 먼저 오신 선생님은 오프라인 수업을, 나는 온라인으로 책 읽는 프로그램을 담당하기로 했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갈 곳 없는 초등학생들의 보호 및 학습을 돕는 곳으로 맞벌이 부모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이다. 고소득층의 아이들은 방과 후 이런 저런 학원으로 가겠지만, 부모의 수입이 빠듯해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이처럼 지역 아동 센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방과 후에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숙제도 하고 책도 보면서 저녁 식사까지 챙겨주는 곳이다. 나도 아이가 어렸을 때는 지역 아동 센터를 이용하고 싶었는데 우리 아이는 그곳보다는 혼자 노는 게 더 좋다고 가지 않았다.
드디어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밝은 표정으로 '책 놀이방'으로 와 책을 꺼내 읽었다. 독서 능력을 향상하게 하는 게 주목적인 나를 무색게 하는 아이들의 책 읽는 모습은 참 예뻤다. 하지만 90% 이상은 만화책을 본다. 하하.
"얘들아! 만화만 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