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이 총 여섯 개. 누리도 두 개의 짐을 싣습니다.
정상혁
여행 갈 사람과 갈 곳이 정해졌으니 이제 여행을 준비할 차례다. 자전거 여행을 가려면 식사와 숙박을 정해야 한다. 내 스타일은 대부분 직접 요리를 하는 편이다. 숙박은 텐트로 해결한다. 그러려면 챙겨야 할 짐이 상당하다.
자전거 여행이기 때문에 앞뒤 짐받이와 자전거 패니어라는 이름의 자전거 가방이 필요하고, 그 가방에 모든 필요한 물건을 다 넣어야 한다. 자전거 여행할 때, 등에 배낭을 매고 가는 방식은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왜냐면 자전거를 타는 내내 짐을 지고 가는 셈이 돼 피로감이 훨씬 더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을 위해 총 여섯 개나 되는 가방을 준비했다. 우선 텐트와 매트를 담은 큰 가방, 뒤쪽 두 개의 패니어에는 캠핑 용품, 자전거 용품 그리고 음식 재료와 조리 도구를 넣는다. 앞쪽 패니어에는 옷과 그 밖의 자잘한 물건이 들어간다. 핸들바 가방에는 지갑, 휴대폰, 카메라를 넣는다.
큰 가방 무게가 대략 개당 8kg, 작은 가방에는 4kg. 짐 무게만 35kg에 이 몸뚱아리까지 합하면 불쌍한 내 자전거는 0.1톤이 넘는 짐을 싣고 나흘을 달려야 한다. 여행 전문가일수록 짐을 단출하게 꾸린다는데 짐 싸놓은 걸 보니 전문가 소리 듣기는 출발 전부터 틀려 먹은 것 같다.
싸고 풀기를 몇 번을 반복하고, 넣을까 말까를 계속 고민해도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행이라는 것이 불확실성의 연속으로 뛰어 드는 것이니 실제 여행에 가서 부딪쳐 보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여행 전날 밤 새벽 1시가 돼서야 겨우 짐을 모두 싸서 자전거에 실을 수 있었다.
핸들을 이쪽 저쪽 돌려보니 짐이 없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 마치 파워스티어링이 없는 차를 운전하는 느낌이다. '이 많은 짐을 싣고 쩔쩔 매면 아들 앞에서 체면이 서지 않을 텐데...'하는 걱정을 뒤로 한 채 마침내 5월 1일 새벽 5시. 알람이 울렸다.
섬진강 자전거길, 그곳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