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와 의료 예산 삭감에 반대한 스페인 백의의 물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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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출 축소에 대항하는 총파업경제 위기는 이처럼 인구의 건강 문제를 또렷이 드러내기도 하나 경제 위기와 보건 복지 분야의 지출 축소가 연관되어 인식되고, 정부의 지출 축소에 대항하는 저항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최근의 일이라고 할 만하다. 국가가 국민(인구)의 건강을 보장한다는 가치를 내재화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시스템화한 것 자체가 1,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권 확대와 복지 제도 수립 자체가 서구에서는 오래된 파업과 사회주의적 요구 확대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1877년 철도노동자 파업, 1919년 시애틀 파업 등 교과서적인 파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국가(제도)의 수립 이후 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복지의 진전과 후퇴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지, 비서구권에서는 어떠한 영향을 가져왔는지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복지 국가(제도) 수립 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끊임없이 긴축 프로그램과 파업 사이에서는 긴장 관계가 형성되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에서는 복지 국가가 수립되는 한편 제조업 등의 쇠퇴로 구조조정과 지출 축소 등 긴축 프로그램(austerity program)을 도입하려는 시도들,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총파업들이 있었다.
가장 기념비적인 파업은 1960년-1961년 벨기에 총파업이었다. 복잡한 정치적 지형 속에서 발로냐 지방의 산업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1960년 벨기에 정부가 정부지출을 축소하기 위한 종합 방안을 수립하자 이에 대항하는 총파업이 2년간 지속되었다.
이 당시 총파업은 노조가 직접적으로 지도한 것이 아니라 지역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파업했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는 불가능했다. 이 파업은 단지 긴축 정책만이 아닌 체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발전하였고, 종국에는 실패했지만 벨기에의 현대 정치 지형을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오일 쇼크와 인플레이션 이후 노동당 정부의 긴축 정책에 대항하여 영국에서 1978년-1979년 겨울동안 일어난 파업 또한 당시 노동당 정부를 위기로 몰고 갔다. 하지만 이는 이후 마가렛 데쳐의 집권을 불러온 요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아마도 복지국가 수립 이후 서구에서 신자유주의적 긴축 공세에 대한 유의미한 저항으로 지목되고 있는 곳은 현재 진행 중인 그리스일 것이다. 유로존 위기 이후 심화된 긴축 공세에 대해 반대하는 그리스발 파업과 뒤이은 각 유럽 국가의 파업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파업이기도 하다.
비서구권에서 파업을 통해 긴축을 성공적으로 저지하고 사회적 비용이 유의미하게 확대시킨 곳으로 지적되는 곳은 라틴 아메리카이다. 많은 연구들이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군부 독재 시절의 지도자들이 비효율적인 경제 정책을 고수한 반면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지도자들은 파업과 대규모 사회적 시위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긴축을 저지하고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 등 사회적 비용을 확대하는 대응을 했다는 데에 동의한다. 안타깝게도 조직 노동자를 위한 혜택의 증가가 아닌 다른 집단을 위한 혜택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사례는 민주화 이후의 파업이 유의미한 사회적 지출 확대를 가져왔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