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바라보는 유가족지난달 4일 한 세월호 유가족이 경기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특별법 정부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에 앞서 단원고 희생자들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이희훈
"딸, 엄마랑 바꾸자. 그게 맞잖아" 어버이날, 자식 봉안당 찾은 부모 세월호 사고 후 1년, 모두가 참사 전후는 달라야 한다고 외치지만 변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때도 강아무개(53) 단원고 교감이 "혼자만 살아 미안하다"며 목매 숨졌다. 지난해 이맘때 KBS 기자들이 "원칙 없는 속보로 유가족 가슴에 못을 박았다"며 반성했지만, 1년 후 어제도 채널A 보도국 기자 60명이 "상식 이하의 보도를 못 걸러냈다"며 유족들에게 사죄했다.
진상조사는 어떤가. "참사 발생원인·과정·후속조치 등 사실관계와 책임소재를 밝히고(…) 대응방안을 수립해 안전 사회를 건설·확립하는 것이 목적"인 특별법 제정 후 반년이 다 돼가지만, 조사는 시작조차 못했다. 유족들은 애초 요구했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기했지만, 이제 정부는 특별법 세부규정인 시행령을 일방적으로 정하며 조사권마저 침해하고 있다.
"어버이날인 오늘 예은이 방에 작은 꽃 하나 달아주고 왔다. 어버이날이라 추모공원(봉안당)을 찾은 자녀들이 엄마를 찾으며 대성통곡을 하는 걸 보자니 왜 난 거꾸로인가 하는 생각이…. 예은아, 엄마랑 바꾸자. 그게 맞잖아…."8일 한 유족 어머니가 본인 SNS에 올린 글이다. 지난달 23일,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도 "내 딸이 거기(바다에) 있는 게 너무 속상하다, 나랑 바꿨으면 좋겠다"며 기자들 앞에서 통곡했다. 참사 실종희생자 304명, 단원고 학생들(250명)의 부모와 일반인 희생자 가족을 2명씩만 계산해도 유족들이 무려 608명이다.
정부는 '유족과 특별조사위원회의 의견을 대폭 수용해 시행령을 고쳤다(해양수산부)'면서도 정작 특조위와는 만나지 않고, '정부 시행령을 받아들여야 한다(기획재정부)'면서 6개월째 예산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세월호 참사는 반드시 반복될 것이다. 세월호가 모양을 바꿔 다른 참사로 나타나는 그때, 피해자는 누가 될지 모른다. 당신 혹은 나, 어쩌면 우리 모두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