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 국적의 연극인 김혜령타이니 앨리스 극장 입구의 벽간판 앞에서
이형석
-김철의 님과 같은 자이니치로서 일본의 주류 연극 세계로 들어가고 싶으시지는 않으신가요? 주류 연극 세계란 재일교포들로 구성한 극단이 아닌 일본 내 유명 혹은 소위 잘 나가는 극단에 소속되어 재일조선인 혹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의식을 떠나서 활동해 보고 싶은 것을 의미합니다."주류 연극 세계로 들어간다는 게 기자님이 지금 얘기하신 것을 의미한다면, 그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유명하거나 잘 나간다는 이유로 소속하고 싶다고는 생각 안 하고요, 작품이나 연출에 매력을 느끼면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지요. 정말 좋은 작품은 항상, 나라도 민족도 뛰어넘는 작품이지요."
- <영도의 장>에 출연한 배우들은 단장인 김철의 님을 빼고는 전부 일본인인데 그 내용은 재일 교포가 북한을 방문해서 겪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인이라면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극으로 소화하는 것에 대해서 어쩌면 거부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김혜령 님이 보시기에 연극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일본인과 그냥 일본인은 의식의 차이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연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기본적으로 시야도 생각도 열려있고 넓고, 또 그러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고 연극을 안 해도 열려있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이제까지 만난 사람들은 비교적 그런 사람들이 많았어요. 연극을 하려면 사람들끼리 일정한 기간 같은 곳에 모여서 공연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식구가 돼야지요. 몸도 마음도 생각도 열려있어야지 가능한 작업이라 생각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그런 공간은 많이 없고 피하고 갈 수도 있겠죠. 지금은 더더욱 사회적 구조가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극에는 희망이 있고, 연극이 희망을 얘기해야 하는 거겠죠."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싶으신 생각은 없으십니까?"지금 제가 가진 조선국적은, 말하자면 남북으로 갈라지기 전의 국적인데, 이남도 포함된 국적인데 왜 입국을 못 하게 하는지, 슬프고 가슴이 아프기만 합니다."
-<만주전선>과 <흑백다방>을 관람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만주전선> 그때, 일본인을 꿈꾸면서 일본인이 되고 싶었던 한국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점이 흥미로웠고, 보면서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구나 해서요. 한국에서 온 여러 극단 작품을 봤는데, 볼 때마다 한국의 작가님들이 항상 나라와 세상을 잘 관찰하시면서 작품을 쓰시는구나 합니다. 배우분들 연기도 훌륭하시고요. <흑백다방> 조명과 음향이 거의 안 바뀌는 속에서 그려지는 이 작품은 오로지 배우의 힘으로 관객들을 이끌어 갔었죠. 실력이 있는 배우라서 가능한 작품이었던 것 같고요. 이 작품의 엔딩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이 두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