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 대나무숲교내 언론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 않다. 이런 상태에서 학보를 보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
백윤호
대학언론이 왜 필요해요?5월 5일자로 올라온 영남대학교 대나무숲 글은 이런 세태를 잘 보여준다. 물론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익명성을 통해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학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소귀에 경읽기다.
학보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대학언론을 왜 하세요?"
대내외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지만 들을 때마다 웃어 넘겼다. 사실 대학언론이 필요한 이유는 많다. 하지만 그걸 현재 있는 학생들에게 설명한다는 건 어렵다. 학생들의 알 권리? 그걸 충족시켜주는 활동은 대나무숲을 비롯한 SNS에 밀린 지 오래다. 교내의 정치적 지형? 솔직히 말하자. 그걸 취재하고 알고 있는 기자가 몇이나 될까? 결국엔 대학언론에서 할 수 있는 건 중앙일간지가 다루는 아이템을 답습하는 것 뿐이다. 그런 글을 학생들이 읽을까? 나도 안 읽는다.
뭐든지 해봐야 한다그래서 지금은 바뀌어야할 시점이다. 사람이 없다고 투덜거리고 관심달라고 떼쓰는 일을 하기에는 사태는 더 심각하다. 예전처럼 글을 읽지 않는다면 SNS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학생들이 읽고 싶어하는 지점을 적절히 찾아야 한다. 대학정치 상황을 취재해 적극적으로 기사로 내야한다. 정말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지금은 그것도 안 되고 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 놓아도 시간이 가면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온다.
그래서 난 뭐든지 했다. 타블로이드에서 베를리너 판형으로 바꾸었다. 지방대학에 위치한 만큼 우리 지방에 대한 연재기사를 내리 썼다. 대학 정치사항을 썼다. 기존에 파악하지 못했던 학내 정파를 파악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굴렸다.(후배들아 미안) 그렇게 굴리고 나니 학생들이 하나 둘씩 보기 시작했다. 지역 내에서도 우리 학보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봄이 잠깐 왔다. 총원이 2자리 수를 못넘겼던 우리학보 인원이 처음으로 2자리를 넘겼다. 면접다운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정말 하면 됐다.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대학언론이 도태되는 건 당연하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관심을 끌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이대학보 사태는 그러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대학언론 전체에 알리는 경종이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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