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
우리가 보통 '5.18정신 계승'이라고 이야기할 때 연결하는 이미지는 첫 번째 사진입니다. 세상의 부조리를 몰아내고 민주사회를 만들자는 다짐 같은 것입니다. 광주와 대한민국은 이 부분에서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충분히는 아닐지라도 그나마 지금의 한국사회가 이룬 민주적 성취가, 상징적인 맥락에서 민족민주화대성회의 사진과 연결된다고 봅니다.
두 번째 사진 '주먹밥'은 오늘날 우리들 삶의 어느 부분과 연결될까요. 항쟁 당시 광주 시내 중심가 각 동에서는 쌀과 김과 김치와 꼬깃꼬깃한 현금을 아낌없이 내놓았습니다. 여성분들이 대거 참여해 함께 음식을 만들었고, 시민군과 학생과 죽은 자의 시체를 씻었던 '업소'의 아가씨들이 너나없이 서로 나눠 먹었습니다.
80년 5월 당시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들에게 나눠 주고, 시체를 수습하고, 부상자를 돌보는 등 직간접적으로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 19명의 구술을 정리한 <광주, 여성>(후마니타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 속 구술자들은 "내 자식 같고 이녁 동생 같아서" 참혹한 학살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으며, "아무라도 배고프믄 살려야" 된다는 마음으로 주먹밥을 만들었습니다. 심지어는 "그놈들도 다 굶은 것 같아서" 진압군에게까지 밥을 주려고 했습니다. "저놈들 다 죽겄다 싶은께" 헌혈을 하고 부상자를 돌봤는데 지금도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한 게 후회가"되고, "그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려"라면서 눈물을 떨굽니다.
이 분들은 광주항쟁을 자랑스럽게 생각할지언정 자신의 '참여'에 대해 결코 생색내는 법은 없습니다. "그 때 그런 일 안 한 사람은 없겠죠, 다 내 일이었으니까"라고 말합니다. 두 번째 사진의 속뜻이 여기에 있을 겁니다. 항쟁의 파토스가 분명하게, 그리고 애절하게 다가옵니다. 이러한 광주를 살아 남은 자들은 '대동세상', '광주꼬뮨', '자치공동체' 등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5.18 경험 중 '항쟁'은 계승했지만 '자치공동체'는 소홀저의 불편함은 여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조금 도식적으로 정리하자면, 80년 5.18의 경험 중에서 '항쟁'은 계승했지만 '자치공동체'는 소홀히 했다는 자각이 저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광주의 동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서로 손 잡고 사회단체 활동을 하면서 '자치공동체' 노력을 했습니다.
광산구청장으로 선출되고(2010~) 나서는 그 동지들과 함께 5.18의 숙제 중 '자치공동체' 실현을 제1과제로 삼자고 결의했습니다. 5.18광주민중항쟁이 궁극적으로 꿈꾼 세상이 스스로 다스려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자치공동체라고 우리는 확신했습니다. 홍성담의 판화 <대동세상>은 항쟁과 주먹밥을 하나로 엮었습니다. 둘은 한 몸이고 그것이 진정한 5.18정신이라는 탁월한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