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된 홍준표 "이런 일로 심려끼쳐 죄송"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날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유성호
8일 검찰에 출석한 홍 지사의 태도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이날 오전 9시 5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찰청 앞에 나타난 홍 지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성완종리스트'가 공개된 이후 경남도청에서 당당하게 기자들을 대하던 모습과 비교됐다.
언론에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 이날 넥타이의 색깔도 달라졌다. 붉은색 넥타이를 매왔던 홍 지사가 이날은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위아래 남색 정장을 입은 홍 지사는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아래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홍 지사는 포토라인을 바라보며 "여기에 서면 되냐"고 물었고 기자들의 응대에 자리를 잡았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준비해온 듯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에 오늘 소명하러 왔다"고 말했다.
또 '1억 전달자로 지목된 윤아무개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라고 짧게 답했다. 홍 지사는 "심경이 어떠냐" 등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검찰청사 안으로 향했다. 따라 들어오는 기자들을 뒤로 하고 아무런 말없이 사라졌다.
홍 지사는 오전 8시경, 서울 송파구 자택을 나설 때에는 어버이날에 맞춰 왼쪽 가슴에 분홍색 카네이션을 달고 있었다. 자녀들이 달아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을 나설 때에는 카네이션을 뗀 상태였다.
홍 지사는 검사 시절 경험을 담은 책 <홍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에서 "거물 피의자는 검찰청 앞에서 한풀 꺾인다"고 기술했다. 홍 지사는 "대형 사건을 수사할 때는 언론의 도움도 가끔 받게 된다. (혐의를) 부인하려고 단단히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출두했는데 검찰청 현관에서의 취재 경쟁과 몸싸움 과정에서 거물 피의자는 이미 한풀 꺾인다"며 "이 때문에 수사를 하기가 용이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송파 자택→변호사 사무실→검찰청까지 생중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