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받는 어버이들... 가해자 45% 자녀

인천지역 노인 학대 상담, 연간 5000여 건 달해

등록 2015.05.08 13:37수정 2015.05.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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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자(63·가명)씨는 어버이날이 달갑지 않다. 알코올 의존 증세가 심각한 아들 A(40)씨가 툭하면 "술값을 달라"며 채 씨를 폭행하고 흉기까지 휘둘러 두려움에 떨기 일쑤다. 최근 A씨는 경찰에 의해 구치소에 수감됐지만 채씨는 3개월 뒤 출소하는 아들이 보복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분임(78·가명)할머니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9년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뒤 일을 하지 않는 아들 B(45)씨가 돈을 달라며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있다. 네 차례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도 시켜 봤지만 그때뿐이었다. 김 할머니는 아들의 처벌을 원치 않지만 노인보호기관은 법원에 B씨와 김씨의 영구분리를 신청했다.

인천지역에서 자식 등에게 학대받는 노인들이 기관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연간 5천여 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상담 건수는 5188건이었고, 이 중 학대로 정식 접수돼 해당 사건에 개입한 건수는 204건에 달했다. 올해만도 3월 기준으로 학대 상담 818건, 사건 개입 41건을 기록했다.

특히 과거 가해자 대부분이 며느리나 사위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아들이나 딸이 가해자라는 점에서 더욱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해 기관이 개입한 204건 중 92건(아들 72건, 딸 20건)의 가해자 중 45%가 자녀였다. 며느리 9건, 사위 2건에 비하면 상당한 수치다.

유형(중복 집계)별로는 신체적 학대 107건, 정서적 학대 86건, 방임 82건, 자기방임 55건, 경제적 학대 24건, 성적 학대 3건, 유기 2건 등이다.

전문가들은 통계보다 더 많은 노인들이 학대를 받고 있지만 자녀가 학대한다는 사실을 감추다 보니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고 설명한다.


유해숙(51·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교 교수) 주안노인문화센터 운영위원은 "학대 피해자들은 학습된 무기력으로 스스로 의미없는 존재로 인식해 심하면 자신을 벌레처럼 느껴 스스로 방임하다가 목숨도 잃는다"며 "모든 걸 바쳐 키운 자녀들에게서 부모로서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대를 받다 보니 더욱 무기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대 사실이 노출되는 것을 대부분 노인들이 꺼린다"며 "이렇다 보니 학대는 더욱 심해지고 결국 살인까지 일어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은 "학대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잠재 학대 피해 노인이 굉장히 많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노인 발굴을 위해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며, 더불어 위기노인 지원을 위한 지역사회 복지네트워크가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기호일보 'www.kihoilbo.co.kr'에도 실렸습니다.
#인천시노인전문기관 #학대 #상담 #유기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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