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가 구직을 위해 입사 지원을 했다가 불합격됐을 경우, 이력서와 관련 서류들을 반환해주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아래 채용절차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채용절차법의 실효성에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 법의 근본취지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있다. 또 심각한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구직자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도 존재한다. 채용서류를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받지 않고 직접 방문하여 접수하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도대체 왜 직접 방문하여야만 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으나). 한 번 응시하는 데 각종 증명서에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수입증지대를 요구하기에 수십 군데에 이력서를 제출하는 구직자들로서는 교통비, 증명서 발급비, 포트폴리오 제작비 등 만만치 않은 금액이 소요된다.
문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을 선발할 경우, 이 법의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이다. 심각한 실업난으로 구직자들의 고통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구직자들의 편의를 앞장서 살피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솔선수범해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채용서류 반환의 대상에서 정작 제외되어 있다.
한 사례의 경우, 경기도의 모 시청은 한 구직자가 계약직 공무원 채용서류 반환을 요청하니 흔쾌히 이를 돌려주겠다고 했는데, 서울의 모 구청은 '공무원을 선발할 경우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반환을 거부한다'고 했다. 관련 법률 3조에는 "상시 3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채용절차에 적용한다. 다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을 채용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지방노동청에 "왜 계약직 공무원을 선발할 경우 불합격된 자의 서류를 돌려주지 않는 것"인지 질문했으나 그냥 법이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한다.
30명 이하 사업장은 왜 반환대상에서 제외시키는지, 어디는 돌려주고 어디는 안 된다고 하는 법집행의 제각각도 문제다. 돌려주면 고마운 거고 아니어도 할 말은 없는 것이다. 관련 법에서는 채용을 위한 과정에서 구직자가 별도의 금액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계약직 공무원이나 기간제근로자 등 모집에 수입증지대를 계속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직접 방문해서 제출하라는, 일종의 갑질도 여전하다. 법을 집행하는 데 있어 이렇게 공무원 집단에게 의무를 면제해 주는 채용절차법이 온전할 리 없다.
이외에 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여전히 채용서류를 반환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공지하고 있다. 이메일로 제출한 구직자들의 서류가 확실히 폐기되는 것인지도 모호하다. 공무원들은 안 지켜도 되는 법을 기업들에게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도 넌센스다. 구직자들로부터 환영받는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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