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인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13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
연합뉴스
하지만 수사 대상인 홍 지사도 검사 출신이다. 1993년 슬롯머신 업계와 그 비호세력을 수사, 권력의 핵심부에 있던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시킨 스타 검사였던 홍 지사는 자신의 대응카드를 내비치며 '현직 검사 대 모래시계 검사'의 대결을 예고했다.
그동안 홍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결백을 주장하는 걸 넘어 과연 검찰이 자신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해왔다. 핵심은 성 전 회장이 남긴 쪽지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지난 1일 "(경향신문) 인터뷰 내용 전문을 보면 허위·과장과 격한 감정이 개입돼 있기 때문에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가장 약한 부분, 즉 불법정치자금 제공자가 고인이 돼 더 이상 추가 진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또 기소돼 재판이 진행된다 해도 쪽지 내용에 대해 피고인 측이 반대심문을 할 수 없어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할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이다.
이날 홍 지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 회장이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에서 진술할 때 '윤씨에게 생활자금으로 1억 원을 줬다'라고 했는데, 그 생활자금이 2, 3일 사이 나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경남기업의 자원외교 비리의혹 수사를 받으면서 성 전 회장은 윤 전 부사장에 지급된 돈이 생활자금 명목이라고 진술했다. 홍 지사의 말은 죽기 전 남긴 메모보다 성 전 회장이 살아있을 때 검사실에서 한 진술을 더 믿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의 남긴 쪽지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부분이다.
"검찰이 윤 전 부사장 통제 관리"... 결국 '정치 수사' 프레임?죽은 성 전 회장을 대신해 돈 전달을 증언하고 있는 윤 전 부사장도 공략 대상이다.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에 대해 "성완종 회장의 정치권 로비 창구"라며 "(윤씨가) 심부름을 이것만 했겠느냐. 대선, 총선 때도 똑같이 심부름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 중 배달사고도 있을 것이고…"라고 했다. 윤 전 부사장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자신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홍 지사는 또 "검찰이 유일한 증인인 윤씨를 한 달 동안 통제 관리하고 10여 차례 조사하면서 진술 조정을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내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사법 절차에서 증인을 이렇게 통제 관리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 윤 전 부사장 진술의 임의성(폭행이나 강요 기타 위법한 행위로부터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진술된 상태) 또한 문제삼겠다는 걸로 해석된다.
이는 홍 지사가 이전에 말한 "올무에 걸렸다"는 표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으로 검찰이 '만들어낸 증인'으로 자신을 비리 혐의에 엮으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성완종 리스트'의 나머지 등장인물들, 즉 '친박 핵심들은 놔두고 나에게 수사초점을 맞추는 건 정치수사'라는 프레임을 내세울 걸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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