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에 참여한 통일을 준비하는 사람들강연은 ‘통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통준사는 지난 2010년 중단된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고, 위축된 우리사회의 통일운동 역량을 회복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 의지로 창립한 단체다.
황윤희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 현재 남한의 통일정책은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만들어지고, 김영삼 정부 때 조금 고쳐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1단계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고, 2단계 2정부 2체제의 남북연합을 거쳐, 3단계로 '자유와 민주'가 보장되는 완전통일을 달성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한의 연합제와 북한의 연방제가 서로 공통점이 있으니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합의했다. 이 교수는 다른 체제와 정부를 유지하되, 대외적으로는 중앙정부를 만들어 하나의 국가가 되는 것, 이보다 더 실현가능성이 높고 바람직한 통일방안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중요한 지점은 박근혜 정부가 이상의 통일정책을 따르고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를 방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남한의 보수세력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북한은 타도의 대상이지 협력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수세력을 기반으로 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그래서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의 괴리를 가져온다. 현실에서 북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친북'이나 '종북'을 처벌하는 대북정책을 견지하면서,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표면상으로는 화해와 협력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적대시하는 것. 이러한 이중성이 박근혜 정부의 실체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해 체제를 무너뜨리고 흡수통일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남재준 국정원장이 "2015년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의 조국통일"을 외칠 수 있던 배경도 거기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은 가능성도 낮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북한이 무너질 것 같지 않고, 붕괴되더라도 남한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뜬금없이 들고 나온 '통일대박론'도 흡수통일일 경우엔 쪽박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했다.
북한 붕괴론은 1990년대 초부터 남한사회에서 끈질기게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북은 지금껏 건재하고 있다. 그 많은 설들이 진정 설로 끝난 셈이다. 이 교수는 북한 붕괴 가능성은 낮다고 전하며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었다.
"첫째, 정치적 불안은 없었다. 김일성 사후 3년 동안 주석자리가 비었어도 20년 동안 후계자 연습을 해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충분히 안정된 내치를 했다. 둘째, 식량난으로 인한 폭동도 없었다. 북한은 정보가 차단된 폐쇄적인 사회이다. 아울러 북의 빈곤은 상대적 빈곤이 아니라, 모두가 가난한 절대적 빈곤이기 때문에 폭동의 원인이 되기 어렵다. 또한 폐쇄된 사회에서는 폭동이 일어날 수 없다. 정치가 개방되고 민주화된 유럽사회에서도 대규모 저항이 일어나기 어렵지만, 북한처럼 폐쇄적인 사회에서도 폭동은 일어나기 어렵다. 셋째, 탈북자를 붕괴 근거로 드는데, 탈북자처럼 탈남자도 많다. 우리나라를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국가가 무너진다고 하는가? 넷째,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붕괴는 없다. 미국은 한국전쟁 때 자신들의 안보를 위해 태평양 건너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남한 땅까지 건너왔다. 중국에게 북은 '안보선'이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순망치한의 관계로, 중국 자신을 위해서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교수는 북한 붕괴론은 객관적인 분석에 의한 예상이 아니라, 북이 망해야 한다는 적개심과 증오심에 바탕을 둔 희망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과 남한의 정보나 국방 분야 책임자들이 그들의 밥줄을 지키기 위해 퍼트리는 것이라 했다. 북한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면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럼 최소한 정보국이나 국방부의 예산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