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아가씨> 노래비
이준희
노래비 앞면에 가사만 새겨져 있을 뿐 건립 경위 관련해서는 아무런 기록이 없다. 때문에 2012년에 해운대구청에서 <동백 아가씨> 노래비를 다시 발견(?)한 뒤로도 한동안은 수수께끼 노래비로 남아 있었다. 다행히 작년에 지역 언론의 취재로 관련 내용이 어느 정도 밝혀졌으나(<국제신문> 2014년 9월 4일자 '해운대 <동백 아가씨> 노래비 수수께끼 풀었다'), 여전히 부산 시민들 중에도 노래비의 존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래로야 <해운대 엘레지>보다 <동백 아가씨>가 훨씬 더 히트한 곡이니, 경위야 어떻든 노래비가 충분히 세워질 만은 하다. 다시 찾은 노래비를 앞으로 잘 관리하고 널리 알리는 데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동백 아가씨> 노래비 또한 두 가지 문제를 짚어 볼 필요가 있는데, 우선 하나는 역시 가사 문제이다. 제2절 '외로운 동백꽃'이 '그리운 동백꽃'으로 잘못 새겨진 것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백 아가씨> 노래비가 해운대 인근에 있다고 하면 누구라도 해운대 동백섬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일 테고, 아마 구청에서도 그런 취지로 2000년에 노래비를 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동백 아가씨>는 동백섬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1964년에 발표된 <동백 아가씨>는 같은 제목의 영화 주제가로 만들어진 노래다. 당대의 스타 신성일와 엄앵란이 주연을 맡은 영화 <동백 아가씨>는 서울 청년과 섬 처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인데, 배경이 되는 섬 장면은 부산 동백섬이 아닌 울릉도에서 촬영했다. 또 영화의 원작이 되는 1963년 라디오 연속극 <동백 아가씨> 또한 울릉도를 배경으로 했으므로, 작품으로서 <동백 아가씨> 연고권은 부산이 아닌 울릉도에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