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여대 행정관 복도를 가득 채웠다.
김동수
마지막으로 이삼옥 서울여대 분회장이 농성 현장에 나와 발언을 이어갔다. 이 분회장은 얼마 전, 농성 중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구안와사로 쓰러졌었다. 아직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지금 우리 앞에 서있다. 이 분회장의 마지막 발언은 상투적이지만 울림이 컸다.
"우리 함께 연대해야 합니다."노동자가 사용자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로이 협상하려면 노동자들은 단결해야 한다. <공산당 선언>에서 칼 마르크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지금은 너무나 상투적인 언어가 됐지만, 여전히 현재 상황에서만큼은 유효한 글귀다.
여기 서울여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힘겹게 싸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묵묵부답 속에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간다. 일주일이 넘는 투쟁 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눈물과 땀이 뒤섞여 흐르는 이유다. 이 모든 걸 꿋꿋이 견디는 것도 사실은 당장 내 옆에 있는 든든한 동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왠지 모를 불안은 주변의 끊임없는 관심과 연대로 불식되고 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지만,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나는 파업 결의대회에 참여했지만, 아직도 뭔가 무섭고 두렵다. 지레짐작 겁먹고 내 스스로 쓸데없이 자기검열을 해서일까. 이유 모를 불안과 동시에 햄릿만큼의 고민 또한 시작됐다. 지금의 부당한 노동현실을 보고 행동할 것인가(to be), 방임할 것인가(not to be). 나는 요즘 노동자들이 불러낸 유령의 환각에 시달린다. 그 유령이 나에게 속삭인다.
"노동자의 삶을 부정하는 이 노동현실을 바로잡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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