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재보선 압승, 기뻐하는 김무성 대표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이군현 사무총장 등 지도부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선거 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중, 3곳에서 후보들이 1위를 달리고 있자 기뻐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유성호
이번 선거의 최대 접전 지역으로 예상된 서울 관악을 선거도 비슷하다. 광주와 달리 관악은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 정동영 무소속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졌다. 광주가 '야권심판론'을 결정하는 곳이었다면 관악은 '정권심판론'을 결정하는 곳이었다. 새정치연합은 정동영 후보의 바람을 정권심판론으로 잠재우고 야권의 표를 결집하면 승산이 있다고 계산했다.
그러나 당초 오 후보와 접전을 벌여 신승을 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두 후보의 격차는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고, 표 차이는 7441표가 넘었다. 정동영 후보는 20.1%를 얻었다. 야권 후보의 표를 합산하면 오 후보의 표를 훌쩍 넘어서지만 그렇다고 패배의 책임을 정 후보에게로 돌리는 것은 무리다. 정동영 후보가 20% 이상 득표한 것은 유권자들이 정권을 심판하는 데 새정치연합은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태호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 또 관악이 지난 27년 동안 보수정당의 승리를 허락하지 않은 곳이라는 점도 뼈아픈 지점이다.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정무비서관, 정책비서관, 대변인 등 참여정부 내내 문 대표와 함께 청와대를 지켰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마지막 유세를 벌인 곳도 관악이었고, 문 대표도 이를 강조하며 상징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노무현'이라는 상징성을 잃고, '첫 패배'라는 불명를 얻었다.
정동영 후보는 비록 낙선했지만 나름의 존재감을 보였다. 정 후보 때문에 야권이 패했다는 비난 여론도 있지만 그가 주창한 '야권 심판'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음은 확인했다. 그가 속한 국민모임과 정의당, 노동당 등이 추진하는 진보정당의 재결집 노력도 당분간은 유효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정 후보는 낙선인사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진보통합이라는 국민모임의 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사퇴? "지금 맷집 키워야"사실상 야권분열이 더욱 가시화한 상황에서 새정치연합과 문 대표의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낼 것인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재보선 전패로 당이 입은 충격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선거 결과가 드러날 때쯤 새정치연합은 사실상 마비 수준으로 떨어졌다. 핵심 당직자들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입을 닫았다. 유은혜 대변인이 "국민이 바라는 바를 깊이 성찰하겠다"라는 논평으로 갈음한 게 전부다.
새정치연합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이번 선거가 4석짜리 미니선거라는 것뿐이다. 때문에 15개 의석이 걸리고 전략공천 논란까지 있었던 지난해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가 사퇴한 것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 지지율도 상승세였고, 문 대표는 직전까지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가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 더 큰 혼란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문 대표는 이날 자택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통로를 통해 문 대표의 반응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불가능했다. 핵심 당직자들은 문 대표가 30일 오전 10시에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만 전했다. 현재로서는 문 대표가 정면승부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한 측근은 "매를 일찍 맞았다, 지금 맷집을 키우지 않고 포기한다면 광주도 되찾을 수 없고, 야권통합도 정권교체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문 대표 정치력의 시험대는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92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