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제3회 환자권리교실 토마토에 60여명의 환자 및 의료인들이 참석했다.
환자단체연합회
그 다음 토크는 '직업, 학력이 문진 시 필요한가요?'라는 주제였다. 첫 회 '환자권리교실'에서부터 토크 패널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음에도 환자들은 선뜻 토론에 참여하지는 못했던 주제였다. 하지만 세 번째 '환자권리교실'에서 처음으로 환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이어졌다.
한 60대 여성 환자는 "아는 형님이 자꾸 거울 앞에서 옷을 갈아입기에 어딜 가시냐고 물었더니, 병원에 좀 멋을 내고 가야 촌사람이라고 무시 안 당한다고 해서 그 이후로 병원 갈 때 옷차림에 신경을 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첫인상을 정말 좋게 남기고 싶은데 우리나라는 학벌, 인물, 몸매 전부 중요하다"며 "학력 문진도 본인이 만약 중학교 밖에 나오지 못했다면 정말 거짓말이라고 하고 싶을 심정일 것"이라고 환자들의 심경을 토로했다.
최심영 서남병원 간호부장은 "사실 아직도 우리 병원 문진표에 학력란은 있습니다. 하지만 진료과정에서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고, 매번 묻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만 할뿐"이라며 환자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했다.
환자들이 김준식 서남병원장에게 직접 병원의 불편한 점에 대해 목소리를 전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가장 인상적인 불편 사항은 다름 아닌 '와이파이(WiFi)'를 개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부부가 둘 다 건강이 안 좋아 서남병원에 자주 동반입원을 하는데 스마트폰 게임을 좋아하는 아내가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지하까지 내려가 게임하는 것을 보고 남편인 환자가 속이 상했던 것. 김준식 서남병원장은 와이파이 때문에 멀리 떨어져있어야 했던 부부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적극 통신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응답했다.
마지막으로는 '의사와 환자는 대화가 필요해'라는 토크가 이어졌다.
먼저 안기종 환자권리옴부즈만 위원이 운을 뗐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의사는 '하이파이브'하는 의사입니다. 진료가 끝나면 그냥 가라고 하는게 아니라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하는데 저는 이런 스킨십이 너무 좋더라고요"라며 좋은 기억을 남겼던 의사를 소개했다.
최현정 아나운서도 의사·환자 간 스킨십에 관련해 기억나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녀는 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돌아온 친구가 말하길, "여기 의사 선생님들은 내가 아프다고 말한 곳을 한 번도 만지지를 않아, 너무 이상해"라고 했다며, 의사·환자 간 스킨십이 신뢰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한 여성 환자는 꼭 얘기하고 싶은 의사가 있다면서 손을 들었다. 환자는 "제가 그 의사 선생님 보고 여기 병원으로 왔어요. 작년에 다른 병원에서 너무 잘 치료해주셔서 그 선생님 따라 온 거예요"라며 서남병원의 한 의사에 대해 깊은 신뢰와 애정을 표현했다.
김미경 시민참여위원회 위원도 서남병원을 이용해온 환자로서 자신이 겪은 일을 소개했다. 그녀는 "지난 3월 골절상을 입어 서남병원에 입원했는데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이 너무 친철하게 대해줬다. 일주일 내내 침대에 누워있어 우울증이 생길 것 같았지만 그 선생님을 대할 때마다 엔도르핀이 솟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소감을 말했다.
김미경 위원이 말한 의사와 공교롭게 앞서 여성환자가 밝힌 의사는 동일 인물이었다. 이날 해당 의사는 칭찬세례와 함께 실명까지 공개되며 많은 환자들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김준식 서남병원장은 행사 후 인터뷰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자유롭게 토론하며 환자 권리를 위해 소통하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 서남권 대표 공공병원이자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최상의 진료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환자권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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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 만날 때 제일 멋지게 차려 입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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