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하운 운하유람선과 요트가 정박해 있는 운하 왼쪽으로 중세풍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줄지어서서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임경욱
뉘하운 운하는 코펜하겐이 중세 이후 북해무역의 중심지였을 당시 인공적으로 조성한 항구로 파스텔풍의 유서 깊은 건물들이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항구를 따라 늘어선 노천카페에는 관광객들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커피가 식어가는 것도 잊은 채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와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새끼를 추억하고 있다.
뉘하운 항구 인근에 있는 시청사 1층 갤러리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위예술전이 한창이다. 시청사 옆 큰길 티볼리공원 쪽에는 안데르센 동상이 고개를 들고 시선을 어디에도 주지 못한 채 동심에 젖어 있다. 그 옆으로는 자전거의 천국답게 쉼 없이 자전거들이 지나간다. 세계 156개국을 대상으로 한 유엔의 행복지수 조사결과 2012·201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나라답게 그들의 표정은 평화롭고 온화하다.
오후 4시 30분에 출항하는 크루즈 DFDS SeaWays에 탑승하기 위해 항구로 이동했다. DFDS는 스칸디나비아의 도시와 도시를 운항하는 오랜 전통을 가진 덴마크 국적의 크루즈회사로 140년 넘게 북해를 항해해 오고 있단다. 우리가 이용할 배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노르웨이 오슬로를 운항하는 크루즈로 길이 169m, 넓이 28.2m, 승객수 2026명, 룸수 637개, 450대의 차량을 실을 수 있으며, 4개의 레스토랑, 면세점, 3개의 바와 오락실, 수영장, 사우나, 헬스클럽 등을 갖춘 호화유람선이다.
승선하여 여장을 풀고 선내를 구경하는 사이 배는 조심스레 항구를 빠져나와 카테가트 해협을 따라 북으로 향하고 있다. 11층 갑판에 오르니 북해의 거친 바람이 얼굴을 할퀸다. 좁은 해협 양쪽으로 점점이 박힌 섬에는 그림같은 별장이 앉혀있다. 삶의 현장이며 생활이 터전인 우리네 바다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추운 줄도 모르고 넋을 빼앗긴다.
사람이 살면서 먹는 즐거움을 빼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선상 만찬이 일품이다. 특히 연어회와 훈제에 곁들인 레드와인이 크루즈의 분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기분을 한껏 끌어올린다. 아직 여행 성수기가 아니고 더욱이 주중이라 레스토랑은 우리들이 기분 좋게 떠들어도 될 만큼 비교적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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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물처럼, 바람처럼, 시(詩)처럼 / essayist, reader,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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