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밭갈이한 넓은 밭에서 일하는 노인들입니다
강미애
배꽃 나무가 하얀 물결을 이루는 배꽃 동산을 멀리서 바라보면 오래 전 작은 초가집 사이로 환하게 피어나는 배꽃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조선 말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안갯속의 아늑한 초가집들을 바라보고 우리나라를 조용한 아침의 나라, 영어로 'The Land of Morning Calm'라고 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나라에 피어나는 봄꽃 물결처럼 올해는 아름답고 멋진 일이 많았으면 합니다. 농촌은 지금 밭갈이와 씨앗 뿌리기에 한창입니다. 저 살아 숨 쉬는 미네랄이 풍부한 흙을 보십시오. 흙은 살아있는 온갖 생명을 품어 살게 하는 토양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식을 제공하는 젖줄입니다.
한평생 저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며 자식들을 키워낸 분들이 홀로 남아 살아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기계가 저 넓은 밭을 혼자 돌아다니며 흙을 부드럽게 갈고 반듯한 고랑을 만들어 냅니다. 길을 가다 보면 정작 젊은 사람은 평일에는 인근 산업 단지에 일하러 가고, 나이 드신 분들이 넓은 밭에서 씨앗을 뿌리거나 일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나마 건강하신 분들은 밭에서 일하고, 몸이 아픈 노인은 허름한 시골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모습을 봅니다. 30~40년 전만 해도 농사는 기계로 짓는 것보다 노동에 의지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소가 이끄는 쟁기로 논밭을 갈고, 어렵게 농사를 짓는 환경에 어른들은 자식만큼은 농촌에서 고생하고 살지 말라고 자식들을 키워 도시로 내보냈습니다.
농촌에서 밭농사하며 고향 집을 지키는 노인들은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를 키워낸 분들입니다. 80~90세의 나이에 접어든 사람 중 30~40년 이상 된 낡은 집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붕 서까래에 얹은 흙이나 나무들이 낡아서 흙이 뚝뚝 떨어져도 노인들이 집을 새로 단장하지 않고 사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자식들이 고향에 다시 돌아와 살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식들은 도시에서 나름대로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공부 시킨다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모자라 나이가 든 부모님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예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