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자태실(世宗大王子胎室)성주의 진산 선석산 아래 태봉 꼭대기에 있다. 수양, 금성, 안평을 비롯한 19기 태무덤이 두 줄로 늘어서 있다. 성주는 생·활·사, 즉 사람이 나서 살다가 죽는 공간을 다 갖추었다 자랑삼는데 그중에 생의 공간이다
김정봉
성주의 동서(東西)를 가르는 흰내(백천, 白川)는 탯줄처럼 세종왕자태실과 한개마을을 이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다 죽는 것을 생·활·사(生·活·死)라 한다면 태실은 생(生)이요, 한개마을은 활(活)이다. 생과 삶이 탯줄, 흰내로 이어진 것. 한개마을은 어머니 자궁 안에 웅크리고 있는 태아마냥 마을 뒷산 영취산 양팔에 포근히 안겼다.
마을이 생긴 건 500여 년 전 일이다. 경주 양동, 안동 하회에 뒤지지 않는 명당이라는 소리를 듣다 보니 인물 많고 그럴싸한 고택이 즐비하다. 서쪽에 월곡댁과 북비고택, 교리댁이 있고 가운데에 진사댁을 시작으로 하회댁, 극와고택, 도동댁, 한주종택이 뿌리를 내렸다. 모두 멀고 가까운 한 핏줄, 성산이씨 집안이다.
고택은 흙돌담 따라 실핏줄처럼 이어졌다. 담은 집을 가두고 나누었지만 대신 핏줄을 이었다. 담과 담 사이 좁고 깊은 고샅에 이런저런 사연과 인연, 얘기가 수북하고 고택 가운데에 북비고택과 한주종택, 교리댁에는 재미난 사연과 얘깃거리가 두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