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화백이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허영만전 창작의비밀'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이희훈
허영만 화백이 하루 중 제일 아까워하는 시간은 언제일까. 물론 "꼭 있어야 하는 시간"이란 단서는 있지만, 밤 12시부터 5시, 잠자는 시간이다. 그에게 전화를 했다가 괜한 타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도 있다. 낮 1시부터 2시, "낮잠은 45년 된 버릇. 이 시간에 손님이 오면 제일 밉다"고 적혀 있다.
허영만 화백이 직접 그려 소개한 최근 자신의 '일일 생활계획표' 중 일부다. "거의 매일 술이지만 새벽에 일어나는데 지장 받지 않을 정도로 마신다"거나, 오전 6시부터 12시까지를 "하루 중 제일 또릿또릿한 시간, 그래서 이 시간에 집중적으로 작업한다"는 소개는 아침형 인간으로서 그가 어떤 화백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허영만 "굉장히 놀랐다. 전시회,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그런 화백 허영만에게, 예술의 전당이 국내 만화가에게는 최초로 그 '품'을 열었다. <각시탈>, <무당거미>, <날아라 슈퍼보드>, <오! 한강>, <비트>, <타짜>, <식객>, <꼴> 등 40년 동안 다양한 만화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화백 허영만의 첫 전시회 '허영만 전(展) - 창작의 비밀>이 오는 29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허영만 화백은 전시회 하루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인사말을 통해 "사실 재작년 가을부터 준비하면서 다른 곳도 여러 군데 알아봤는데, 작년 하반기 예술의 전당에서 '덜컥' 됐다고 해서 그 순간 굉장히 놀랐다"며 "제2, 제3의 만화 전시회가 열릴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전시회 연구를 많이 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니까,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서 화백의 창작 비밀을 보여주는 주요 전시물들은 작품 활동을 위한 취재 노트나 화백의 일상을 담은 만화 일기 그리고 이번 전시회를 위해 선별한 원화와 드로잉 500여 점 등이다. 특히 1974년 발행된 <각시탈>의 초판본 원화 149장이 40년 만에 최초로 공개된다.
전시회를 기획한 정형탁 큐레이터는 "기성세대는 '각시탈'로, 20, 30대는 '식객' 등으로 허영만 선생님이 창조하신 캐릭터를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다. 40년 동안 허영만 선생으로부터 일종의 세례를 받은 셈"이라며 "'어떤 걸 봐주십사'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품들이 너무 많아 전시 준비를 하기가 사실 힘들었다. 각자 소소한 기억들을 전시회에서 살려보고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가 커피를 못 마셔요... 결국 책상 위에서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