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21일 중앙대 이사장과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2년 8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유성호
지난 21일 오전, 박 전 이사장의 '막말 이메일' 보도 후에도 '중앙인'에는 '잘했다'는 식의 반응들이 쏟아졌다. 닉네임(이하 생략) '인***'은 "통쾌한 말씀이네요. 속이 시원합니다"라고 맞장구 치는가 하면, '아**'는 "다 필요없고 중앙대만 발전시켜 주십시요! 이사장님!"이라며 응원하기도 했다.
일부 이용자들이 자정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박 전 이사장의 발언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도덕심이 없어서 일본에 먹혔냐"며 "초등학교 때 사고방식이 대학생이 된 지금도 그대로냐"고 도리어 꾸짖는 이도 있었다.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박 전 이사장의 사과 입장 발표와 사퇴보도가 이어지자, '중앙인'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타깃은 이들이 평소 적대감을 표출해온 인문대 학생들에게로 향했다. 인문대 학생회는 학생총회에서 중앙대의 '구조조정 반대'를 의결하는 등 꾸준히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무명***'는 "인문대생은 쓰레기통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회에서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고, 남들에게 피해만 주며, 교수고 학생이고 쓰레기들이 드글대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입문충", "입문대"라는 모멸적인 용어를 썼다.
'pas***'도 "인문대생들을 팼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이 박 전 이사장을 비난하고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한 인문대생들을 사정없이 팼다는 설정의 조롱글을 올리기도 했다. 'I***'은 "내가 이제 ㅆㅂ 인문대 X끼들이랑 이번일 잘됐다는 새X기들 사람취급 안 한다"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글이 올라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앙인은 2013-2014 교내 청소노동자 파업 당시의 막말로 '중베(중앙인+일베)'라는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이들은 청소노동자에게 명예가 있냐고 따지는가 하면, '능력껏 살든지 북한으로 가라'고 하거나, '노동자들이라 머리가 안 좋냐'고 조롱했다. 이같은 행위는 원청인 중앙대와 청소노동자들 사이의 법적 대립은 차치하더라도, 인륜성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관련 기사: '중베', 두산의 억압 정치가 만든 '기형 커뮤니티').
취업난·대학기업화 속에서 자율성 잃고, 일베화된 대학생들교육당국의 논리를 철저하게 내면화한 '중베' 유저들에게 학사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와 학생들은 '열패자'나 '역적'일 뿐이다. '왜 너희 같은 놈들이 존재해서, 학교의 이익(노골으로는 나의 이익)을 가로막느냐'는 논리다. 그래서 박 전 이사장이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앙인은 '적'들에 대한 비하와 '부디 우리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식의 구슬픈 절규로 채워졌다.
"진짜 재단한테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 찾아가 빌고 싶다" ― 최**"이사장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다" ― 인***"이러다 두산이 울 학교에서 손떼면 어쩌죠 수원에 A대학 꼴나는 건가요?" ― Ag***"두산이 중앙대에서 완전히 손을 털어버리면 과연 여러분들에게 득이 있나요?" ― 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