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계획안을 놓고 논란을 이어가고 있는 중앙대학교. "의에 죽고 참에 살자"라는 교훈 뒤로, '경영경제관'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보인다.
홍원섭
박용성 식 '대학기업화' 신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률적 평가지표들을 통해 기업 중심 대학을 만든다는 일각의 꾸준한 비판을 불러왔다. 일차적으로 대학의 역할은 단지 시대를 수용하는 취업학원은 아닐 뿐더러, 시대를 비판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박 전 이사장 체제 하의 자본주의·관료주의적 대학 운영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반감을 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학문과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담기지 못하며, 취업 잘 되는 전공 쏠림현상과 기초학문 존속의 안전장치가 사라진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구조조정안에 대해 교수들은 일찌감치 찬반투표 참여자 92.4%가 반대임을 밝혔고, 학생들도 3000여 명이 반대 연서명이나 학생총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의에 죽고 참에 사는" 중앙대생들의 캠퍼스 드라마).
여기에 황우여 교육부 장관 발 '산업수요 중심' 대학 구조개편(?) 정책과 더불어 그 최전선이었던 중앙대가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던 상황이었다. 그러니 막말 이메일에서 그의 본심과 추락한 대학의 위상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세간의 충격을 안겨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즉 박 전 이사장도 신이 아니라 사적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단순히 사적 감정에 휘둘렸다는 사실보다, 이를 비판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좀 마음을 열 줄 아는 것도 인간적인 모습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에 있진 않았을까. 그러나 어쨌든, 이것이 기업화된 대학의 적나라한 모습이며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던 박 전 이사장의 7년 교육철학의 흐름이다.
현재 중앙대 이사회는 남은 11명의 이사 중 상당수가 여전히 두산그룹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아들인 박용현, 박용만 이사를 비롯해, 조남석 두산엔진 부사장과 이병수 두산기계 사장도 포진돼 있다. 이용구 총장 역시 이사회에서 임명됐으며, 나머지 인사들도 직간접적으로 두산그룹과 친분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사회가 교직원 인사권, 예산 편성, 경영 전반, 새 이사의 선임 권한 등 막강한 전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이상, 앞으로도 신의 자리에 또 다른 신이 앉게 마련이다. 그래서 대학 사회에서 중앙대 사례는 역사적 시사점을 가진다. '박용성 사퇴' 사건이 대학구조조정 흐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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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의 '중앙대'... 1200억 원에 망가진 '두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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