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항에서 슬로쉼터까지
변종만
청산도에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서편제>와 <봄의 왈츠> 촬영지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 멋지고 유채꽃밭에서 추억을 남기며 환하게 웃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직선보다는 곡선, 인공보다는 자연이 청산도의 자랑거리다. 유채꽃을 구경하며 구부러진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논두렁과 밭두렁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들을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임권택 감독이 한국적 풍경과 판소리 노랫가락을 구성지게 들려준 영화 <서편제>를 비롯해 KBS 드라마 <봄의 왈츠>,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봄볕이 완연한 산등성이에 유채꽃이 만발해 사방이 노란색이다. 세트장과 유채꽃 물결, S자형 오름길과 바닷가의 갯마을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파도가 치면 치는 대로 자연에 순응하면서 순리대로 사는 섬사람들의 생활이 이해된다. 오로지 걷기 위해 청산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하나같이 아웃도어 복장인 것도 재밌다.
초분 시연도... 카메라로 찰칵찰칵청산도에는 예전의 풍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많다. 그중 하나가 초분(草墳)이다. 초분은 시신을 땅에 묻지 않고 일정 기간 짚으로 만든 가묘에 장례하는 장례법이다. 고기잡이 나간 상주가 임종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기에 부모가 돌아가시면 일단 초분을 만들어 시신을 안치한 뒤 상주가 돌아오면 장례를 치르는 것도 자연에 순응하는 방법이었으리라. 마침 일반인까지 참여하는 초분 시연이 열리고 있어 카메라에 담았다.
당리에서 순환 버스에 올라 다음 정류장인 읍리에서 내리면 고인돌과 하마비공원을 구경할 수 있지만 비 오기 전에 범바위에 오르려고 청계리까지 갔다. 청산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범바위다. 범바위는 바위가 뿜어내는 강한 자기장이 휴대전화와 나침반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신비의 바위로 알려져 있다. 청계리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범바위 입구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승차하면 쉽게 범바위나 보적산에 쉽게 오를 수 있다. 축제 기간에만 이용할 수 있는 버스라 왕복 요금도 1000원이면 된다.
이 바위를 향해 포효한 호랑이가 울림으로 들려온 소리가 자신의 소리보다 크자 더 큰 호랑이가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섬 밖으로 도망쳐 범바위로 불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청산도에서는 편지도 느려 훗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범바위 전망대 아래편에 편지를 써서 넣으면 1년 뒤에 배달된다는 느림 우체통이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은 남쪽의 여서도 뒤편으로 제주도가 아스라이 보이지만 곧 비가 내릴 듯 흐리다. 범바위에서 내려와 순환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일기예보대로 제법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