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최종규
만화책 <삽질의 시대>는 어느 분이 대통령 자리를 지킬 적 이야기를 그린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어느 한 분이 대통령 자리를 지킬 적에만 '이 만화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쥐'로 빗대는 그분이 대통령으로 있을 적에 4대강사업 같은 끔찍한 '시멘트 막삽질'이 있었는데, 그분이 대통령이 아닌 때에도 수없이 '시멘트 막삽질'이 있었습니다. 요즈음에도 '시멘트 막삽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시멘트 막삽질' 뿌리는 꽤 멉니다. 옛날에는 시골 사내를 나라에서 끌어들여 성곽을 세우고 궁궐을 넓혔습니다. 성곽은 이웃나라한테서 나라를 지킨다는 뜻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만, 성곽쌓기에 끌려간 시골 사내 가운데 수십 해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이 많고, 성곽쌓기를 하다가 죽은 사람도 많습니다.
나라를 지킨다는 뜻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젊을 적에 부역으로 끌려가서 늙은 할아버지가 되어야 비로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들 '백성'한테는 어떤 삶이 있던 셈일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성곽쌓기에 끌려가지 않으면, 병졸로 끌려갑니다. 이래도 끌려가고 저래도 끌려가면서 고향을 잃어야 하던 '백성'이 대단히 많아요.
일제강점기에는 징용으로 끌려가서 전쟁무기 만드는 공장에서 허덕이고, 탄광에서 굴러야 했습니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뒤에는,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면서 마을마다 고샅을 시멘트로 바꾸고, 흙집도 허물어 시멘트집으로 바꾸며, 지붕은 슬레트(석면)로 바꾸라고 닦달했습니다. 요새는 논도랑도 흙이 아닌 시멘트도랑으로 바꿉니다.
- '화려한 스케일과 선정적인 장면을 보여줘도 개미들은 보지 않았다. 그 안에는 진실이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16쪽)- '도시 안에는 가방끈이 긴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는 가짜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가방끈이 길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가방끈이 더 길다고 싸우는 사람도 있었다.' (1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