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임동창 선생님의 문화생들이 생활하는 뜰엔 봄을 맞아 제비꽃이 색색으로 꽃잔치를 펼쳤다.
정덕수
글을 쓰는 이에겐 백지나 원고지, 무어든 글을 쓸 수 있는 여백이 창작의 시작점이고 근본 바탕이 된다. 이 모든 창작들이 비워낼 줄 알 때 보다 큰 가능성으로 나설 수 있다. 모두 내려놓고 한바탕 흥겹게 놀 줄 아는 사람들이 더 좋은 소리를 만들고 낼 줄 안다. 체면과 자신의 위신이나 생각하는 이들에게서는 이런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그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어떤 일이나 마찬가지다. 기획을 하는 단계부터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 전반은 창작이다. 다른 사람이 만든 계획서를 제목만 슬그머니 바꿔 새로운 기획인 것처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창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 그대로 구상하고 바탕에 그려내어 형태를 잡아갈 때 비로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람이 모여 공동 작업을 할 경우, 의사소통에 의한 문제보다 더 큰 장벽이 있다. 실천가들이 적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실천적이지 않은 그들은 스스로 할 수 없으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짐을 얹고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다. 자료 하나 정리할 줄 모르면서 말로 모든 일을 다 한 것으로 만들어 진실로 일을 하는 사람의 맥이 풀리게 만든다.
창의적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움은 이미 존재하는 대상을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할 수도 있고, 불모지를 개간하여 경작지를 만들어 내듯 할 수도 있다. 어떤 과정이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인적 자원이다. 최근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라는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창의적 사고와 예술적 감성, 문화적 소양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조를 가능케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활동이 있다. 이러한 일들을 가능케 앞에서 이끄는 이들을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라 한다. 그들 스스로 인적자원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인적 자원일 수 있다.
여기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우리들의 삶 주변의 인적 자원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문화를 만들어 가는 자체가 인적 자원이 없고야 불가능한 일이다. 같은 대상을 놓고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고 상품이 될 수 있게 만들 줄 아는 자원이 바로 '사람'이다.
창작자들에 대한 이해가 왜 필요한가. 이는 여기 짧은 문장 하나를 인용하여 보겠다.
「시어로 길어 올려 진 노래는 바람에 날려 새로운 자리에서 생명을 키워내는 꽃씨처럼 또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 커다란 나무 아래 먼 산 응시하는 이의 긴 기다림의 끝자락에, 산기슭 거슬러 오르는 누군가의 마음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 움을 틔울 것이다. 한 땀, 한 땀 무명천에 무늬를 만들어내는 수(繡)처럼 단단히 무늬를 그려놓을 것이다.한 송이 핀 꽃이 무리를 이루고 들판을 가득 채우면 거대한 물결이 되어 일렁인다.숲 사이를 지나온 시린 바람이 가슴팍에 안긴다.」창작자 개개인은 피어있는 한 송이 꽃이다. 그 꽃들이 뭉쳐지고 어우러지면 또 다른 별천지를 만들어 낸다. 사람 누구나 창작자이고, 어우리지면 드넓은 세상을 가득히 채워 아름다울 꽃물결을 이루고 숲을 만든다.